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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피자 즐기는 당신, 속은 난腸판

크론병 등 염증성 장 질환 6만여명

서구식 식습관 확산으로 증가세

'단순 복통이겠지' 지나치기 쉬워

심하면 대장절제도…조기진단 중요





# 박예민(가명·25)씨는 10년째 치료를 받고 있는 크론병 환자다. 중학생 때 심한 복통이 몇 달간 계속돼 병원을 찾았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크론병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최종 진단까지 3년이 걸렸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인데다 학교생활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였지만 조금이라도 무리를 하면 증상이 악화돼 결석하는 일이 잦았다. 여러가지 치료를 받았지만 결과가 신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10년 전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하기 시작한 뒤로는 병을 잘 관리하며 정상인처럼 생활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는데 병원 예약 문자를 받기 전에는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까먹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꿈에 그리던 유럽 배낭여행도 다녀왔다.

크론병, 두 달 이상 배 아프고 살 빠지면 상담

궤양성 대장염, 혈변·설사 동반…내시경 식별을



매년 5월19일은 박씨 같은 환자를 위해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협회 유럽연맹(EFCCA·The European Federation of Crohn’s and Ulcerative Colitis Associations)의 주도로 제정된 ‘세계 염증성 장 질환의 날’이다.

크론병은 염증성 장 질환(IBD·Inflammatory Bowel Disease)의 일종이다.

염증성 장 질환은 일반적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500만명 이상이 고통받고 있는 만성 소화기 질환으로 젊은 서양인에 흔하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한 번 발병하면 호전됐다가도 쉽게 재발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박씨는 다행히 자신에게 맞는 생물학적 제제를 찾아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증세가 심해지면서 치료법을 바꾸거나 심한 경우 절제술을 받기도 한다.

학계에선 국내 염증성 장 질환자가 궤양성 대장염 4만여명, 크론병 2만여명 등 총 6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인구 1,000명당 1명 정도지만 서구 식습관이 대중화되면서 유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진단·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도 낮다.



크론병이 어느 부위에 분포됐느냐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회장과 대장에 함께 발병하면 크론 회대장염, 대장 전체에 퍼지면 크론 대장염, 장에 염증이 생겨 구멍이 나는 ‘누공’ 증상이 발생하면 누공성 크론병이라 부른다. /출처=보건복지부 국민건강정보포털


염증성 장 질환의 증상과 경과, 치료 방법 등은 비슷하지만 발병 위치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생기며 혈변·설사를 동반한다. 잇몸이나 구강 점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포도막염 등 안구 질환을 함께 앓기도 한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와 관련된 어느 기관에서나 생길 수 있으며 주로 소장·대장에 염증이 발견된다. 두 달 이상 지속되는 심각한 복통과 함께 체중감소·발열·구토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그래서 장염,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여기고 지나쳐 진단·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창환 중앙대병원 교수는 “두 달 이상 반복적으로 배가 아프고 살이 빠지면 소화기내과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의 병변은 매우 달라 내시경을 통해 식별하기 쉽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장벽이나 장표층에 넓게 퍼지는 형태로 생긴다. 대장벽은 5개층(점막층-점막근육층-점막하층-고유근충-장막층)으로 나뉘는데 궤양성 대장염은 3개 층까지만 생긴다. 심각할 경우 대장을 절제해 소장과 항문을 연결하는 수술을 한다.

반면 크론병은 장벽 5개 층에 걸쳐 깊숙이 염증이 생겨 장에 구멍이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에 구멍이 생기면 장 내용물이 바깥으로 빠져나가 복강내 농양이라는 고름집이 생기기도 한다. 구멍이 나면 근접한 다른 조직과 연결되는 형태의 샛길이 생기는데 이를 ‘누공’이라고 부른다. 누공은 장과 장 사이에 만들어지기도 하고 방광·질 등 인접한 장기 사이에 생길 수도 있다. 누공으로 인해 세균이 많은 장 내용물이 장 바깥으로 노출되면 염증이 장 전체로 퍼지는 등 건강상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크론병은 수술이 쉽지 않다. 소장은 영양분을 분해·흡수하기 때문에 잘라낼 수 없다. 소장에 크론병이 생기면 수술을 하지 않고 질환을 관리하는 게 중요한 치료 원칙 중 하나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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