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靑 정책실장 장하성> '소액주주운동' 이끈 진보학자..."재벌개혁, 두들겨 패는 것 아니다"

1999년 삼성전자 주총서 8시간30분 공방 벌여

"국가경제 목적은 기업 아닌 국민 잘살게 하는것"

장하준·장하석 교수 등 집안에 진보학자들 많아

장하성 정책실장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인선 발표 이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하성 정책실장이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던 시절인 지난 1999년 3월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의 책임경영 체제가 미흡하다며 성토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999년 3월20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30기 주주총회.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집중투표제 도입,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관 개정 등을 요구하며 삼성전자를 코너로 몰아붙였다. 양측이 공방을 벌인 시간은 무려 8시간 30분에 달했다. 참여연대는 같은 날 SK텔레콤·현대중공업·㈜대우 주총에서도 공방을 벌였다. 장 교수는 주총을 마치고 “재벌개혁을 위한 작은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한다”며 “경영진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희망을 갖게 됐지만 핵심인 지배구조개선 문제는 아직 요원해 아쉽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소액주주운동의 산파, 재벌 저격수 등으로 불리는 장하성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한 의미는 남다르다. 정책실장은 일자리와 경제·사회 분야를 총괄하는 자리로 비서실장·안보실장과 함께 청와대 3실 체제를 이끌어갈 요직 중의 요직이다. 경제수석·사회수석·일자리수석과 경제보좌관·과학기술보좌관을 지휘하는 청와대의 정책 컨트롤타워다.



장하성 신임 정책실장은 한국사회에서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실천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함께 1990년대 후반부터 소액주주운동과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제기해왔다. 당시 참여연대 경제민주화 위원장이 장 실장, 경제개혁센터 소장이 김 교수였다. 김 교수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청와대 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다.

김 교수에 이어 장 실장까지 문재인 정부에 발을 들여놓자 재계 일각에서는 걱정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장 실장이 기존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재벌개혁 운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2006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만든 ‘장하성 펀드’가 대표적이다. 장하성 펀드는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투명한 이사진을 구성하는 등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둔 펀드로 주목을 받았다.



장 실장은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21일 정책실장 임명 직후 질의응답에서 “재벌개혁 한다고 두들겨 패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우리가 보다 잘사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일자리가 필요하고 삶의 출발인 기업 생태계 균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벌개혁은 새로운 강자, 중소기업 성공신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기존 재벌에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 실장은 경제학자로서 오랜 기간 ‘분수효과’를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조율해나갈 적임자로 꼽힌다. 분수효과는 서민과 중산층 등 하층부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 그 효과가 분수처럼 위로 솟구쳐 올라 경제 전체로 퍼져가게 한다는 이론이다. 장 실장의 이 같은 생각은 올 2월 열린 ‘2017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국민은 어떤 경제를 원하고 있는가? 좌표와 지향점’이라는 논문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논문에서 장 실장은 “경제성장의 효과를 가계보다 기업들이 더 많이 누리면서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민들 사이에 계층 불평등이 심화되고 저소득층은 경제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실적으로 정책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기준은 개인과 공동체, 시장과 국가, 기업과 재벌, 분배와 재분배, 임금과 복지, 공정과 경쟁, 분배와 성장, 노동과 자본 등의 분리선에서 어느 쪽에 더 큰 무게를 둘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국가 경제의 목적은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 잘사는 주체는 기업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책의 초점은 경제 불균형 및 소득격차 완화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 실장의 가계도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하’자 돌림을 쓰는 그의 집안에는 현실 참여형인 진보성향의 학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할아버지 대는 독립운동, 아버지 대에서는 6·25 참전 등 집안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장 실장의 친누나 장하진씨는 참여정부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냈다. 학생 운동권 출신 시민운동가로서 장관 퇴임 후에는 국민시대 공동대표, 노무현재단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14~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작은 아버지다.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활발한 저술과 강연 활동을 벌이며 한국인 최초로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된 장하준 교수는 사촌 동생이다. 또 다른 사촌 동생인 장하석씨는 케임브리지대 과학철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프로필

△1953년 전남 광주 △고려대 법대 △뉴욕주립대 얼바니대학원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 박사 △고려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금융개혁위원회 자문위원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한국증권거래소 자문위원 △한국증권학회 이사 △한국금융학회 회장 △ 고려대 경영대 교수 겸 고려대 부설 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