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체감경기에 비해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주식시장의 상승 속도가 체감경기에 비해 가파르다고 해서 한국 주식시장이 거품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 주식시장의 강세는 수출 경기 호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올해 수출은 매월 깜짝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4월 수출금액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510억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의 월별 수출금액은 일반적으로 10월이 가장 높다. 선진국의 연말 소비성수기에 맞춰 10월 전후로 수출금액이 증가하는 계절적인 특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초 이후부터 진행되고 있는 수출은 대단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수출 경기 호조에 대해 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이에 대해 필자는 글로벌 주요 경제권역의 동반 회복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난 2011년 이후 글로벌 경기는 지역별로 엇박자 행보를 보여왔다. 2011~2012년에는 유럽이 재정위기로 경기가 부진했다. 2013~2014년에는 아시아 경기가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 효과 소멸과 미국 통화 정책 불확실성으로 부진했다. 2015~2016년 상반기에는 유가 하락과 그에 따른 미국 셰일 산업의 파산 영향으로 미국 경기가 부진했다. 이러한 글로벌 경기의 엇박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소되고 있다. 유럽을 선두로 미국·아시아가 동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특정 지역 및 특정 국가의 경기는 뜨겁지 않지만 글로벌 경기 전체적으로는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지난 수년 동안 지속돼왔던 글로벌 경기의 엇박자와 기축통화국가들의 환율전쟁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이제는 영점 조정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기와 수출에 대한 눈높이를 상향 조정할 때이다. 수출경기 호조는 내수경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기에 보조를 맞춰 주식시장에 대한 눈높이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코스피에 부담을 느낄 것이 아니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실적 전망치를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은 비싸지 않다. 수출 호조에 이어서 내수경기도 회복을 품으며 꿈틀거리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플러스 요인이다. 최고치 경신 행진은 멈출 것 같지 않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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