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이어 저임금직군 직원들을 일반직군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저임금직군은 통상 ‘텔러’로 불리는 은행 창구직원들이며 은행별로 2,500~3,000명에 달한다. 저임금직군은 수신 등 제한적인 업무로 한정돼 있고 임금도 일반직원의 60~70% 수준이어서 내부 갈등의 핵심요인이다. 전체 산업계 평균보다 비정규직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중은행들이 정규직 전환에 따른 효과가 없다고 보고 저임금직군을 일반직군으로 전환해 새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에 발맞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관련기사 11면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A은행은 창구 텔러들이 속한 저임금직군을 일반직군으로 전환하기 위한 내부작업에 착수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추기 위해서는 일반직군과 임금 차이가 상당한 저임금직군에 대한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저임금직군 직원들을 일부 일반직군으로 전환해주고는 있지만 앞으로 전환 규모를 어느 정도로 확대해야 할지 내부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수년 전 계약직·무기계약직 형태로 창구 업무를 보던 텔러 직원 수천명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정규직(기업은행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당시 대졸 공채의 하위 직군이나 별도 직군을 새로 만들어 임금에 차등을 두는 바람에 전에는 없던 저임금직군이 만들어졌다. 그동안 은행들은 이들 중 업무고과나 시험 성적이 좋은 직원들을 연간 100~300명씩 일반직군으로 전환했지만 하나은행 2,600명, 신한은행 2,500명, 국민은행 2,600명, 우리은행 2,400명, 기업은행 2,100명 등 5개 시중은행에서만도 1만4,000명 정도가 저임금직군에 속해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손이 부족한 일선 영업점에서는 업무배분이나 영업실적에 대한 칸막이가 상당히 많이 무너져 일은 똑같이 하는데 임금은 훨씬 적은 텔러들의 원성이 높다”며 “일반직군 전환 비중이 확대되면 업무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임금의 일반직군 전환에 다른 추가 비용부담 등을 해결할 묘책이 없는 상황이다.
/조권형·이주원·김기혁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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