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고객 예탁금이 증가하고 있지만 주식형펀드에서는 오히려 6조8,000억원 가까이 자금이 빠져나갔다. 시장 참가자들이 지수상승 국면에서 추가적인 투자보다 차익 실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합리적 투자자라면 기대수익률 상승이 예상되는 시장국면에서 투자를 유지하거나 신규투자를 늘려야 한다. 따라서 주식형펀드를 환매하는 투자자들의 행위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다. 금융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이러한 선택이 투자실패를 반복하는 원인이라 진단하고 개선을 조언한다. 하지만 행동재무론 측면에서 보면 대다수 일반투자자들의 비합리적인 투자행위는 실질적인 현상이므로 이를 이해하고 투자제안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투자자는 기대수익이 같은 두 가지 투자안 중 이익영역에서는 수익이 확정되는 투자안을 선호한다. 반면 손실영역에서는 손실 확정보다 조금이라도 손실이 줄어드는 투자안을 선택하려 한다. 또한 현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안을 상대적으로 더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시장 상승국면에도 불구하고 주식형펀드를 환매하는 현상은 손실을 줄이려는 투자자의 선택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초기투자 이후 장기간 원금손실구간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투자선택 기준이 투자 초기의 일정수익률이 아니라 원금회복으로 이동한 것이다. 약간의 평가수익이라도 있다면 일단 수익을 확정하고자 하는 위험회피 태도 역시 높을 것이다. 현재 자신이 가진 투자안을 과대평가 하기 때문에 빨리 수익을 확정하고 싶어한다. 이처럼 모두가 반드시 합리적인 투자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다.
리밸런싱은 투자과정에서 새로운 준거점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환경이 손실영역과 이익영역을 반복하면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은 투자 준거점 이동이라는 리밸런싱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주식형 펀드의 대규모 환매현상에도 불구하고 주식형 퇴직연금펀드는 연초 대비 약 1,3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증가율 16%에 달하는 매우 높은 수치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생애주기에 따라 장기간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연금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연금투자는 정기적인 리밸런싱을 반드시 습관화해야 적정 투자성과를 거둘 수 있다. 상승국면에서 마켓 타이밍에 의한 이익 실현과 투자 중단보다는 리밸런싱으로 대응하는 지속적인 투자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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