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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17]"R&D 단기 성과 급급말고 정부·기업 투자확대 힘 합쳐야"

■세션4 주제강연-기술혁신 이끌 R&D 패러다임 전환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4.23%인 66조원으로 세계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R&D 경쟁력 순위는 2009년 11위에서 2015년 19위로 오히려 떨어졌다.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선행 기술 개발에 뒤처져 미국 등 선진국 기술에 대한 수입 의존 현상도 더욱 심화하는 추세다.

‘기술혁신을 이끌 R&D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진행된 ‘서울포럼 2017’ 제4세션은 이처럼 투자 규모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한국 R&D 전략의 방향 전환과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란훙위 페이옌 대표

국가 차원 인프라·정책 뒷받침에

기업투자 더해져 화웨이 등 급성장



강연자로 나선 과학자 출신 드론 기업 창업자 란훙위 페이옌 스마트 과학기술 대표는 빠르게 진행되는 기술 혁신을 따라잡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한 방향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0년 전 매우 작은 규모로 설립된 화웨이가 매년 매출의 30% 이상을 계속 투자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2013년 설립된 신생회사에서 드론 분야 글로벌 1위 업체로 도약한 DJI 역시 전 세계 여느 기업보다 많은 규모의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한 끝에 지금의 자리를 지켰다고 언급하면서도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과 육성 정책이 없었다면 중국의 첨단산업이 이 정도로 발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2008년 중국이 국가 주도로 시작한 코맥919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 중국이 보유한 기술만으로 대형 여객기를 만들겠다는 국가의 목표 아래 제조업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란 대표는 최근 시진핑 국가 주석이 발표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 선전시가 구축하고 있는 ‘클러스터’ 역시 기술 창업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페이옌은 드론 업체로는 후발주자지만 세계 1위 DJI를 포함해 20개의 드론 업체 본사가 있는 선전의 인프라를 통해 빠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슈토이렌탈러 BMW 이사

본사 중심으로 개발 네트워크 확장

기술자 협력 통해 시너지 극대화



세계 3대 자동차 브랜드로 꼽히는 BMW에서 다년간 개발 업무에 참여했던 마틴 슈토이렌탈러 BMW코리아 R&D센터 이사는 이날 강연에서 BMW가 활용하고 있는 연구개발 네트워크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슈토이렌탈러 이사는 “나는 여기 서울에서 30~40명 정도의 연구원과 긴밀하게 기술 협력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4곳, 중국 3곳, 브라질, 도쿄 등 세계 곳곳의 기술자들과 협업하고 있다”며 “이 모든 활동들은 수 천명이 근무하고 있는 뮌헨의 거대한 R&D 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 센터는 지금도 점점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R&D 투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그는 현재 BMW가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자동차의 미래 기술에 대한 설명을 영상과 함께 이어가며 청중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다.

●김명훈 셀트리온 부사장



바이오 산업, 장기적 접근 바람직

실패서 교훈 얻는 관용적 태도 필요



국내 연사로는 집중적인 R&D 투자를 통해 단기간에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한 셀트리온의 김명훈 부사장이 참석했다. 김 부사장은 바이오 제약산업이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되려면 국가 R&D 전략에 어떤 변화가 이뤄져야 하는가에 관한 강연에서 “장기적 안목을 갖춘 개방적 협업 체계”로의 변화를 촉구했다. 김 부사장은 “미국에서 바이오산업은 여타 산업에 비해 12배의 투자가 필요하며 시간 역시 최소 10년은 요구된다”며 “단기적 성과와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에 집착하다가 큰 그림을 망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차원에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사장은 “신약 개발의 모티브는 대부분 의사와 환자가 가지고 있는 ‘충족되지 못한 욕구’에서 시작된다”며 “의사와 학자·기업·정부가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통합해 산업화로 연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외부의 생각을 융합하고 포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관용적 태도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통합적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이 거듭 언급됐다. 정현용 마크로젠 대표는 “기업 현장에서 볼 때 안타까운 지점은 우리나라 R&D의 경우 투자 비용은 많은데 온통 조각조각 찢어져서 투입된다는 점”이라며 “미래의 주요한 산업을 설정해 집중 투자할 수 있는 통합적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란홍위 대표 역시 “나는 실리콘밸리의 아주 작은 회사에서 일했지만 주변에는 훌륭한 과학자와 재능 있는 엔지니어가 많았다”며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과 쉽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창업과 기술 혁신에 빠져서는 안 될 요소”라고 덧붙였다. /김경미·김지영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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