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구본준 LG그룹 부회장과 조성진 LG전자(066570) 부회장 등 LG그룹 수뇌부가 이탈리아 밀라노를 찾았다. 세계 최대 가구·디자인 전시회인 ‘밀라노 디자인위크 2017’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명품가구·정보기술(IT)·패션 등 디자인 관련 글로벌 기업 2,000개가 모인 자리에서 LG 수뇌부는 그룹의 미래를 설계했다. 바로 디자인이 중심이 된 새로운 TV 시대 ‘라이프 디스플레이’에 대한 구상이었다.
LG가 TV라는 명칭을 없애고 내놓기로 한 라이프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활용해 세련미를 갖춘 디자인을 선보이는 동시에 모든 가전과 가구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기다. 벽에 걸어놓으면 마치 그림이나 수족관처럼 보이지만 음성인식 등을 통해 집안의 가전을 컨트롤하고 다양한 오락기기로 활용할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LG의 구상이다.
라이프 디스플레이의 출범은 하드웨어 중심 기업인 LG가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과의 협업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획기적 유인물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미 하드웨어 최강자인 삼성전자는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해 자동차라는 플랫폼을 공략하는 한편 자체 인공지능(AI) 기술 ‘빅스비’까지 갖췄다.
이 같은 상황에서 LG는 가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과 방 등에서 활용 가능한 라이프 디스플레이를 새로운 대안으로 제안, 구글 같은 세계적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그들의 시장 지위를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플랫폼을 마련해주겠다는 구상이다. OLED는 종이처럼 얇은데다 휠 수 있는 성질로 액정표시장치(LCD)와는 비교할 수 없는 디자인과 기능적 우월함을 갖춘 만큼 LG는 글로벌 기업들이 라이프 디스플레이를 초연결사회의 핵심기기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소비자들에게 라이프 디스플레이가 TV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키기 위해 디자인과 기능적 혁신을 꾀할 방침이다. 스피커를 자체 탑재한 종이처럼 얇은 패널을 활용하고 궁극적으론 모든 선을 없애 5G(5세대 이동통신) 와이파이 기술만으로 집안의 모든 가전과 연결한다. 현재 LG가 라이프 디스플레이 시대를 열기 위해 처음 내놓은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W’의 경우 사운드바를 별도 설치하게 돼 있지만 LG는 이 사운드바마저 패널 안으로 넣어 디자인적으로 더욱 깔끔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세계 최대 빅데이터 업체인 구글과의 협업을 강화해 음성인식 기술로 집안의 모든 가전을 컨트롤하고 사진·음악·일정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LG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에 구글의 AI 스피커인 ‘구글 홈’을 연동하기로 한 LG는 라이프 디스플레이에도 구글 홈을 연결할 예정이다. 또 사진 정보를 AI로 분석해 인물·공간·사물 등으로 분류하는 ‘구글 포토’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으로 작게 보던 사진을 귀찮은 분류작업 없이 60인치 이상 초고화질·초대형 화면으로 볼 경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LG는 현재 시그니처 올레드TV W에 있는 ‘갤러리’ ‘윈도우’ 모드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갤러리 모드는 반 고흐 등의 명화나 목련 그림 등을 띄워놓을 수 있는 기능이며 윈도우 모드는 실제로 창밖을 바라보는 듯한 풍경을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또 LG는 여기에다 ‘수족관’ 모드도 추가할 예정이다. 물고기를 실제로 기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터치 기능을 더해 물고기 밥을 줄 수 있는 등 아이들의 인성 발달까지 꾀할 수 있다. LG 관계자는 “추후 스마트폰처럼 100% 터치로 수많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제조원가가 높아지겠지만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뀔 때 훌쩍 뛰었던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사라진 것처럼 획기적 가치를 제공하고 시장이 커지면 점차 해결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LG는 라이프 디스플레이가 애플 아이폰과 같은 파괴적 변화를 일으킬 경우 TV 시장에서 OLED의 존재감이 커지는 동시에 많은 고객사가 LG의 OLED 패널을 공급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규모가 미미하던 OLED TV 시장이 급성장하며 프리미엄 TV 판도를 흔들고 있다. OLED TV는 출하량 기준으로 지난 2014년 7만7,000대에서 올해 138만대, 오는 2023년에는 104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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