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했던 상승장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정작 외국인과 기관만 재미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개인투자자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면 ‘개미만 울상’ ‘상승장에서 소외’ ‘사는 것마다 헛발질’ 같은 씁쓸한 제목만 눈에 띌 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개인·외국인·기관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25일까지 순매수한 상위 100종목의 수익률 평균을 분석해보면 기관의 수익률이 23.6%로 가장 높았고 외국인이 19.6%로 뒤를 이었다. 반면 개인은 4.6%로 이 둘에 한참 못 미쳤다. 이 기간 코스피가 2,026.46에서 2,342.93으로 15.61% 상승한 것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익률이다.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왜 실패를 반복하는지 그 근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앞으로 도움이 될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대체로 개인투자자들은 싼 주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골라서 사야 할 것은 저가격의 주식이 아니라 저평가된 주식인데도 말이다. 이러다 보니 현재 대형주 위주의 상승장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우선 주가가 낮으면 상승폭도 클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우량주식은 가격은 높고 변동성은 그리 크지 않다. 반면 저렴한 주식들은 변동성만 클 뿐이지 장기적인 상승폭은 오히려 작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높은 변동성을 이용해 단기간의 작은 이익을 노리는 투자를 해왔던 것이 아닌지 뼈아프게 반성할 일이다.
기업 현황을 보고 투자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근거 없는 소문에 의지해 투자 결정을 한 것이 아닌지도 자문해봐야 한다. 투자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믿거나 시장의 심리를 보고 결정해야 하며 그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하는 것이다. 간혹 실패하더라도 이런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된다. 풍문에 혹해 투자하면 실패의 책임을 자꾸 남 탓으로 돌리기 쉽다. 내 탓이 아니기에 실패의 기억은 그저 쓰라린 상처로만 남는다.
주가가 조금 오르자 많은 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해 재빨리 시장을 빠져나간다는 사실도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올 들어 4월까지 매달 예외 없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순유출되고 있으며 총 4조8,000억원에 이르는 돈이 빠져나갔다. 그동안 손실 상태에 있던 공모펀드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자마자 재빨리 증시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작 원금을 건지자고 마음 고생하며 기다린 것은 아닐 텐데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은 조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인 이상 미래를 예측하고 맞출 확률에는 누구나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투자의 고수일수록 예측하는 데 겸손하다. 투자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결국 투자에 대한 이해도와 인내심의 차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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