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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미뤄진 통신비 인하.. '스텝 꼬이는' 국정기획위

10일 미래부 업무보고에서도 결론 못내.. 다음주께 네번째 업무보고 예정

미래부..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상 국정기획위 만족시킬 마땅한 방안 없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도 쉽지 않아.. 국민들 기대치 높여 놓은 채 미래부만 압박한다는 비판

이개호(가운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서 통신비 인하 등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주요 민생공약 중 하나인 가계통신비 인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상 기본료 폐지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 가운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밀어 붙이기식 압박이 사안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10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통신비 인하 업무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진전된 안이 나왔지만 아직 미흡하다”며 “미래부와 한번 더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래부의 국정기획위 업무 보고는 이날이 세 번째로, 초강경으로 일관했던 국정기획위의 태도에 비쳐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였지만 관측이 엇나갔다.

이 위원장은 “여러 가지를 포함해 보편적 통신비 인하를 추구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어 시일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가지 방안이 있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방안이 안 나왔기 때문에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래부의 네 번째 업무보고는 다음 주께 이뤄질 예정이다.

통신비 인하 방안이 이처럼 공회전 하는 이유는 정부가 사기업인 이통사에 기본료 폐지를 비롯한 통신비 인하를 강제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기본료 폐지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네 건이 계류돼 있지만 통과가 불투명 하다. 기본료 폐지가 헌법 37조 2항에 명시된 기업 재산권 행사 제한에 해당한다는 해석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통신 기본료 폐지 관련 법안 또한 이 같은 문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래부가 기본료 폐지를 압박하기 위해 통신요금 원가 공개라는 초강수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날 업무보고에는 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요금 원가 공개 시 기업 영업기밀 누설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관련 사안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2014년 법원 2심 결정에서도 요금 원가 전부가 아닌 일부만 공개하도록 판결했기 때문에 미래부가 원가 공개 카드를 내밀기에는 부담스러웠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공은 미래부로 다시 넘어갔지만 네 번째 보고에서도 국정기획위를 만족 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래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도매대가 인하를 통한 알뜰폰 가격경쟁력 강화, 공공와이파이 추가 확대를 통한 요금 부담 완화, 주파수 할당 시 요금 인하 노력을 배점 항목에 포함 시키는 것 등이 거론된다. 어떤 방안이든 획기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기 힘들다. 문 대통령 공약에 나오는 데이터 요금제 개편 등은 기업의 영업 활동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미래부가 직접 적으로 개입하기 힘들다.

국정기획위의 스텝은 갈수록 꼬이는 모습이다. 국정기획위는 미래부 업부 보고 직전 “통신요금 인하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지만 보고 이후에는 “공약 후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고생하고 있다. 공약 후퇴가 아닌 방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걸음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국정기획위의 통신요금 인하와 관련한 일방적 행보에 우려를 표하는 반면 시민단체들은 “기본료 폐지라는 공약대로 이행하라”며 국정기획위를 압박하는 등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비등한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공정기획위가 통신요금 인하와 관련해 국민의 기대치를 너무 높게 만들어 놔서 스스로 퇴로를 차단한 느낌마저 난다”며 “진퇴양난에 처한 국정기획위가 관련 법에 따라 움직이는 행정 기관에 불과한 미래부에 전기통신사업법을 넘어선 초월적 해결책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양철민·류호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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