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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숙선 명창 "예전 녹음 들어보면, 아이고 이런 걸 소리라고 했나 생각이..."

'국악인생 60주년' 기자회견, "소리 60년 했어도 득음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진솔한 소리 위해 더 노력할 것"

안숙선 평창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안숙선 명창 국악인생 60주년 및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리를 60년 했다고 득음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건강이 허락해 더욱 다이내믹하면서도 깊고 진솔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수련하고 연습하고 싶은 생각뿐이에요.”

199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로 지정되는 등 우리 시대 최고의 명창이라는 찬사를 받는 안숙선 명창은 지난 9일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리 인생 60주년을 맞이한 소회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1949년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나 아홉 살에 판소리에 입문하면서 한국의 소리를 대표하는 명창이라는 칭송을 받기까지 영예로웠던 수많은 순간들을 이야기할 법도 한 그이지만 “60주년이라고 해서 별다른 느낌이라는 것이 없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앞으로 더 해먹어야 하는데 60주년에 초점이 맞춰져 ‘지공녀(지하철 공짜로 타는 여자)’라는 게 밝혀졌고, 영업 손실이 날 것 같아 걱정”이라며 구수한 입담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가냘픈 몸매에 단아한 얼굴, 매력 넘치는 성음, 정확한 가사 전달력과 자연스럽고 재치있는 연기력으로 여전히 국내외 관객들을 사로잡는 그다. 변함없이 매력적이며 깊이를 더하는 그의 소리의 비결은 깐깐함과 우직한 목표의식에서 나온다. “예전 녹음했던 소리 들어보면 아이고 이런 걸 소리라고 냈나 싶어 다 갖다 내버리고 싶기도 해요. 10대에는 소리에 대해 모르고 노래를 불렀고, 30대가 되면서 판소리의 정신에 대해 비로소 깨닫게 됐고 이후에는 소리에만 매달렸어요.” 소리의 진정한 매력과 의미를 알게 된 이후에는 어떤 달콤함에도 미혹되지 않았다. “유명해졌으니 이름 달아서 식당도 하라고 하는 말도 들었고, 몇십 년 전 배밭이던 논현동에 살 때는 복덕방 아주머니들이 부동산 투기도 권하기도 했지만 다른 데 관심을 가지다가는 소리가 안 될 것 같았어요.”

일흔을 바라보는 그는 나이가 무색하게 국내외를 오가며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이 주관하는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에 참여해 우리 소리를 전승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인 국악 거리 축제는 오는 16~18일 동편제 마을(전북 비전·전촌 마을)에서 열리며, 안 명창은 오는 7월 남원시 일대에서 판소리 꿈나무를 대상으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한다. “처음에는 다른 마을에서 온 관객들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버스를 세대 타고 가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으니 이제 많이 알려진 거겠죠. 지리산 둘레길, 국악의 성지 등이 근처에 볼 게 많아서 관광객들이 더욱 많이 찾을 것 같아요.” 이뿐 아니라 그는 오는 22일과 24일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과 오사카 나렛지 시어터에서 작은 창극 ‘토끼타령’도 선보인다. 한국의 초기 창극을 되살린 국립국악원의 작은 창극 공연이 해외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 문화원 초청을 받아서 방문했는데 일본이 이제는 한국의 전반적인 작품을 보는 게 아니라 한 종목을 보고 싶어한다는 언질을 받았어요.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는 즉 적은 수로 많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장점이고, 격조 높은 작은 창극을 선보일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토끼의 지혜, 별주부의 충성심 등을 일본인들도 느낄 것이라고 봐요. 일본 정서에 맞춘다기보다는 우리 정서를 그대로 살린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1986년 판소리 5바탕을 완창, 1988년 유럽 8개국 순회공연, 1995~1996년 춘향가 완창을 비롯해 1998년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한국의 밤 참가 등 명창으로서 수많은 경험을 한 그이지만 아직도 새로운 무대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다. “홍대 근처의 작은 극장에서 윤석화 씨의 모노드라마를 본 적이 있어요. 너무 멋지더라고요. 판소리로 그런 모노드라마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춤도 추고, 정가도 부르면서 드라마를 이끌어 보고 싶어요.”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연합뉴스

안숙선 소리 명창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안숙선 명창 국악인생 60주년 및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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