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주는 태초의 우주 대폭발, 즉 빅뱅을 통해 팽창 우주가 됐다는 게 과학계의 정설이다. 그렇다면 빅뱅 이후 초기 우주의 모습은 어떨까.
한국연구재단은 국내 연구진이 포함된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 대형이온충돌실험(ALICE) 연구팀이 양성자 간 충돌 실험을 통해 기묘입자 생성량 증가 현상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45개국 3,131명의 과학자가 공동 연구 중인 대형이온충돌실험에는 윤진희 인하대 교수를 비롯한 국내 연구진 45명도 참여하고 있다.
기묘입자는 위(u)·아래(d)·기묘(s)·맵시(c)·바닥(b)·꼭대기(t) 등 6개의 쿼크 중 세 번째로 무거운 기묘 쿼크를 포함한 입자를 말한다. 대형이온충돌실험은 빅뱅 이후 초기 우주 ‘쿼크-글루온 플라스마(QGP)’ 상태를 연구하기 위해 대형강입자충돌기(LHC)를 이용해 중이온을 충돌시키는 게 주된 원리다. 연구진은 양성자-양성자 충돌 실험에서 기묘입자 양과 각 기묘입자 파이온(위 쿼크와 아래 쿼크로 이뤄진 중간자)에 대한 상대량을 구하는 실험을 했는데, 기묘 쿼크를 많이 가진 입자일수록 그 값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기존 납 핵 간 충돌뿐만 아니라 양성자 간 충돌에서도 기묘입자 생성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양성자 충돌에서도 초기 우주 상태라고 알려진 ‘쿼크-글루온 플라스마’ 같은 새로운 물질상태가 생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학계에서는 기묘입자 증가 원인에 대한 연구를 한 단계 끌어올려 우주 초기 상태 물질과 쿼크-글루온 플라스마 특성 연구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험에 참여한 윤진희 교수는 “납 핵 간 충돌에 따른 쿼크-글루온 플라스마 상태에서의 기묘입자 생성량 증가가 양성자 간 충돌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발생한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기묘입자 증가가 중이온 충돌 실험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한국연구재단 지원 ‘한국·CERN 국제협력사업’과 ‘기초연구실험 데이터 글로벌 허브 구축사업’으로 수행했다.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 대형이온충돌실험 전체 컴퓨팅 인프라의 10%를 담당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컴퓨팅 인프라도 활용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이달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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