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연속돼도, 그래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해도 머리 속에 늘 사업아이디어는 있었어요. 문제는 자금이었어요. 처음엔 취업해서 월급을 모아 마련해보려고 했는데 이후에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의 재도전 성공 패키지를 알게 됐습니다. 재도전 지원사업은 제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됐습니다.”
박종한(43·사진) 펍플 대표는 창업시장의 ‘오뚝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전자출판 솔루션 개발업체 펍플은 그가 세 번째 창업한 회사다.
올해 그의 나이 43세. 생계곤란 사유로 병역특례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그가 거친 회사는 6곳, 이 중 3곳이 본인이 창업한 회사였다. 그는 펍플을 창립하면서 6전7기의 자신만의 신화를 쓰고 있다. 박 대표는 “창업도 해보고 월급쟁이로도 일해보고 이 과정에서 돈도 벌고 파산해서 신용불량자도 경험했다”며 “이러한 인생의 굴곡들이 창업욕을 꺾었다기 보다는 재도전할 수 있는 교훈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가 인생의 가장 큰 시련으로 꼽은 파산을 겪었던 때는 2008년.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중고차 거래 모바일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영업전개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서비스가 무용지물이 되면서 큰 빚을 떠안았다. 그는 가용자산을 모두 모아 2009년 면책을 받았고 이후 6년 간 신용불량자로 지내면서 권토중래를 꿈꿨다.
박 대표는 “인력운영이나 금융부채 등 경영의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했던 일”이라며 “어린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책임은 다 하려고 했고 운 좋게 지인의 회사에 들어가 재창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펍플은 전자출판 솔루션 개발업체다. 오는 2018년부터 일선 학교에서는 디지털 교과서가 수업에 활용되는데 교과서 원본 PDF 파일은 벡터방식이어서 디지털 교과서의 폰트방식으로 바로 호환되지 않는다. 펍플은 디지털 교과서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벡터이미지 변환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도전 성공패키지 사업에 지원해 시제품 개발비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박 대표는 “아이디어를 착안해내고 인력을 채용했는데 상용화까지 밀어붙일 마중물이 없었던 상태에서 재도전 성공패키지 사업이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기술이 없으면 사람들이 코딩도 직접 해야 하고 교과서 한장 한장을 일일이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별도의 페이지 퍼블리싱 작업이 필요 없어서 단행본의 경우 90% 이상, 디지털 교과서는 20% 이상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펍플은 현재 두산동아출판사와 소프트웨어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교과서 제작사 몇 군데와 추가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채용직원은 어느덧 8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재도전 창업자들을 위한 지원책이 좀 더 늘기를 기대했다. 박 대표는 “몇 차례의 창업과 실패를 경험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금전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사업하기 참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시제품 제작만 해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지원규모나 지원대책의 종류가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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