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가 있는 대형세단 뒷자리에 앉은 대기업 사장님 얘기가 아니다. 미래 자율주행차를 타는 한 직장인의 출근길 모습이다. 기술 발전으로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는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오는 2020년께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의 운전석에서 책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고 2030년 이후에는 목적지만 설정하면 차량이 스스로 찾아가는 완전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운전보조?…현 수준은=자율주행 시스템이란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 목적지까지의 경로상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차량을 통제하며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경로를 따라 달리다가 끼어드는 차량이 있으면 속도를 줄이고 차선이 막히면 옆 차선으로 이동하는 등 차량이 도로 상황에 맞게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이는 궁극적인 완전자율주행을 일컫는 것으로 자동차 메이커들은 물론 구글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인텔 등 반도체 업체 등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분류에 따라 자율주행 기술을 크게 4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특정 기능의 자동화 단계다.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더라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앞차를 따라가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가 스스로 차선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운전대를 돌리는 ‘차선유지보조 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기능이다. 2단계는 이 같은 기술들이 통합돼 기능하는 단계로 고속도로에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 시스템을 동시에 작동시키면 일정 시간 동안 손과 발을 모두 뗄 수 있다. 3단계는 특정 교통환경에서 자동차가 모든 기능을 제어하고 필요할 경우에만 운전자에게 제어신호를 보낸다. 이 단계부터가 사실상 운전자의 전방주시 의무가 사라지는 자율주행이라고 볼 수 있다. 4단계는 완전 자율주행으로 탑승자는 목적지만 입력하면 차가 도로환경을 직접 인지하고 최적의 길로 운행한다.
국가별·완성차별로 차이는 있지만 현재 일반적인 양산차에 적용된 자율주행 기능은 2단계에 해당한다. 완성차 브랜드 중 자율주행 기술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메르세데스벤츠다. 신형 E클래스에 탑재된 ‘드라이브 파일럿’을 작동시키면 시속 40~210㎞ 구간에서 최대 60초까지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다. 차의 전·후·측방에 달린 센서와 카메라·레이더 등 인지 장비는 차선을 인식해 코너를 돌아 나간다. 갑자기 차선이 없어져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앞차가 가는 경로를 읽어내기 때문이다. BMW 역시 이 같은 자율주행 기능을 최근 출시한 5시리즈에 넣어 30~40초가량은 운전대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 있다. 국산 브랜드 중에는 현대차가 EQ900·그랜저IG 등에 비슷한 기능인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을 탑재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역시 대부분의 양산차에 들어가 있다. 주행보조 기능과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동시에 활성화하면 손과 발을 모두 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아직은 불안하다. 일단 주행보조 시스템 작동 시간이 수십 초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면 운전자에게 경고음을 보내는 기능이 해제된다. 비가 내리거나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는 등 차선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자율주행 기능이 켜져 있더라도 오작동 우려가 있다. 손을 떼면 오히려 운전자의 긴장감이 더 커지는 셈이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옆차가 갑자기 끼어들거나 부득이하게 자율주행 기능이 해제되면 차가 스스로 멈추는 제어기능이 있지만 다른 브랜드의 차량은 그렇지 못하다.
자율주행 기술의 또 다른 축은 주차영역이다. 그동안 전·후방 카메라와 센서의 경고음 등이 주차를 도왔다면 이제는 차가 알아서 공간을 찾아 스스로 차를 밀어 넣는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비롯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이미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양산 차에 적용하고 있다. 후방 및 전방 주차 혹은 측면 주차도 운전자의 개입 없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운전자가 내린 후 차량 스스로 주차하는 기술도 나왔다. 좁은 공간에서는 주차 후 차에서 내리기 어려운 부분을 반영한 기술이다. 물론 탑승 전 출차도 가능하다. 현대차 역시 내년에 출시하는 수소전기차에 이 같은 기능을 넣을 예정이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 언제쯤 도래할까=현재 양산차에 탑재된 자율주행 기능은 2단계 수준이지만 상당수의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연구용 차량들을 통해 3단계 자율주행에 근접한 기술을 확보했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성하는 소프트웨어 구조와 센서 정보 융합 판단 알고리즘을 독자적으로 설계한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지난 2013년 104㎞ 구간의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양산 목표는 2020년이다. 2011년 고속도로상의 제한적 자율주행에 성공한 BMW 역시 2020년까지 고속도로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인텔 및 모빌아이와 함께 첨단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위해 미국 부품사 델파이를 개발 파트너 및 시스템 통합 사업자로 선정했다. 일본 3사 중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닛산은 최근 런던 동부지방에서 차세대 자율주행 프로토타입 차량을 테스트했다. 닛산은 2020년까지 자동주차를 포함한 자율주행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로 교차로와 지하도는 물론 횡단보도, 차선 합류구간 등 실제 상황에서 자율주행을 시연했다. 현대차도 2020년께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역시 최근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서산 주행시험장을 개장한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개발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현재 시험차량은 레벨 3단계를 넘어서는 기술을 확보한 상태로 2022년 고속도로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없는 자율주행 기술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이 목표다.
다만 완전 자율주행 시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에 센서와 레이더 등 인지 관련 기술이 탑재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지도 데이터와 연계돼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과 차량, 차량과 건물 및 도로 등이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수의 차량과 교통 인프라에 무선통신(V2X) 단말기가 설치돼야 한다. 업계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의 법과 제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셈이다. 미국과 유럽은 신차에 V2X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하는 법제를 2019년 하반기께 정비할 예정이다. V2X를 탑재한 차량이 늘어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HS는 2035년 연간 글로벌 자율주행차 판매량이 1,18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8~9대 중 1대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토교통부 산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2020년부터 세종시에서 자율주행차 운행을 목표로 정밀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차선과 터널, 교량, 중앙분리대, 신호등, 교통표지 시설 등의 정보를 3차원 디지털로 담은 지도로 오차범위는 25㎝ 이내다.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져야 한다. 가령 전방에서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피하려고 운전대를 꺾어 주변의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치게 되는 경우 자율주행 시스템은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게 맞는지가 단적인 예다. 또 완전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보험을 운전자가 들어야 하는지 혹은 차량 제조사가 들어야 하는지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