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소기업 CEO(최고경영자) 6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인 ‘중기 리더스포럼’이 제주에서 열렸다.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11년째를 맞은 행사다.
올해는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의 기조강연을 비롯해 중기 정책과 발전 방안에 대한 다양한 강좌와 토론회 등이 펼쳐졌다. 일자리 창출과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등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중기들이 대처해야 할 것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토론회에서 일부 CEO들은 정부의 정책 속도가 너무 빠른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 900여개 중기협동조합 대표자들이 한 곳에 모인 만큼 진지하면서도 정겨운 모습들이 2박 3일간 곳곳에서 연출됐다.
그러던 중 포럼 폐막 전날 밤. 야외에서 저녁식사 행사를 이끌던 사회자로부터 갑자기 멘트가 터져나왔다. “여러분, 준비했던 불꽃놀이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조금 전 주변의 한 콘도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들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불꽃놀이를 하는 것은 더불어 함께 사는 모습이 아닐 것입니다. 주변의 어려움을 공감하는게 바로 ‘상생’ 아니겠습니까”
내심 불꽃놀이를 기대했던 많은 참석자들의 실망한 눈빛도 잠시, 여기 저기서 공감의 박수가 나왔다. 이날 제주 H콘도에서는 복도에서 연기가 올라와 직원 1명이 다치고 300여명의 투숙객이 뛰쳐 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이 소식을 접한 중기중앙회측이 급히 불꽃놀이를 취소한 것.
주변에서 불이 났는데, 한쪽서는 아랑곳 않고 폭죽을 터뜨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모습,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현실은 어떨까. 납품가 후려치기, 기술과 인력 빼가기, 불공정 거래 등 많은 ‘갑질’속에서 중기들은 힘들어 한다. 대기업들은 마치 ‘불난 집’의 현실에는 눈을 감은 듯 제 잇속만 채운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사는’ 모습이 아니다. 우리 앞에 많은 경제 문제가 놓여 있다. 경영자와 노동자, 정부 등 모든 주체들이 조금씩 양보하지 않으면 엉켜진 실타래를 풀 수 없다. 노동문제 해결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한다.
손에 꼭 움켜쥐기만 했던 것을 풀어 놓을 때 비로소 ‘상생의 불꽃’은 타오른다. 우리 모두가 조금씩만 손해 보자. /hanu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