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찬우(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 재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이사장 교체 신호탄으로 작용할지 증권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수장의 중도 하차 논란에 거래소 분위기도 편치 않아 보인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가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정 이사장을 고발한 사건을 특수 1부에 배당했다. 정 이사장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최순실씨 딸 정유라를 도운 임원을 승진시키라고 KEB하나은행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2월 특검이 수사했던 사안을 재수사하는데다 통상 형사부가 담당하는 고발사건을 권력형 공직부패 등을 주로 수사하는 특수부에 배정했다는 점이 눈길이 끈다.
검찰의 재수사 소식에 정 이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 이사장은 대표적 친박 인사로 꼽히며 정권 교체와 함께 잔류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정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의 제18대 대통령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이후 2013년 3월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박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 폭넓은 교분을 쌓으며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실세’로 통했고 지난해 10월 ‘보은 인사’ 논란 속에 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했다. 정 이사장의 임기는 2019년 9월까지다.
거래소는 침착한 분위기에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거래소의 한 부서장은 “재수사에 대한 저의가 의심스럽기는 하다”며 “정 이사장이 여러 차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교체를 위한 목적이라면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 취임 당시 출근 저지 운동까지 펼치며 반대했던 노조도 당분간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검찰의 기소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장의 자진 사퇴는 오히려 거래소 입장에서도 부정적”이라며 “금융위원장이 먼저 결정되고 그 이후에 교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자본시장법상 기관장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으면 직을 유지할 수 없게 돼 있다”며 “통상 대법원까지 가려면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검찰 기소 단계에서 노조가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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