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경쟁이 주가에도 옮겨붙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업종 내 대장주를 차지하기 위해 업계 맞수들의 자존심 싸움은 치열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라이벌 업체 간 경쟁이 거세질수록 신이 난다. 기업경쟁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기업들이 배당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도 경쟁적으로 강화하기 때문이다.
2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업계의 라이벌 구도가 주식시장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맞수는 보톡스 대장주 지위를 놓고 주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086900)와 휴젤(145020)이다. 지난 2009년 증시에 데뷔한 메디톡스는 당시 미국 제약사가 주름잡던 국내 보톡스 시장에서 국산화의 길을 최초로 연 맏형이다. 상장 당시 공모가는 1만4,000원이었지만 2006년 국산화에 성공한 보톡스 ‘메디톡신’이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현재 주가는 54만8,500원으로 8년 사이 4,000% 가까이 올랐다. 메디톡스는 보톡스 대장주로 독주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였지만 2015년 12월 후발주자 휴젤이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휴젤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보톡스 품목 허가를 받은 업체다. 상장 당시 주가는 15만원에 불과했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53만원까지 오르며 메디톡스를 위협하고 있다. 27일 기준 시가총액은 메디톡스가 3조1,026억원으로 휴젤(1조7,218억원)을 앞서지만 최근 휴젤의 폭발적인 주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보톡스 1등주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주는 증시에 뒤늦게 입성한 대어(大漁)가 기존 강자의 자리를 위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기 PC 게임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036570)는 시총 8조원이 넘는 명실상부 게임 대장주였다. 하지만 지난 5월12일 동맹 관계이자 라이벌인 넷마블게임즈(251270)가 상장하면서 순위가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27일 기준 주가는 엔씨소프트가 38만6,000원으로 넷마블게임즈(15만원)보다 두 배 높지만 넷마블게임즈의 시총이 13조원대로 2배 가까이 많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리니지M’을 출시하며 넷마블게임즈가 독주하고 있는 모바일 리니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게임 1등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2라운드에 돌입한 셈이다.
바이오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은 각각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대표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셀트리온이 4,138억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116억원)보다 우위에 있다. 하지만 성장성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어느 쪽이 바이오시밀러 대장주가 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공모가 13만6,000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7일 주가는 28만3,500원으로 두 배 올랐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임랄디’의 유럽 판매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에 연일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셀트리온도 간판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앞세워 코스닥 대장주의 자리를 지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주는 최근 들어 1등 싸움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는 분야다. 전통의 은행 라이벌인 KB금융(105560)과 신한지주(055550)는 장중에 순위가 계속 뒤바뀌며 경쟁 중이다. KB금융은 23일 장중에 시총 23조798억원을 기록하며 7년 만에 신한금융(23조1,409억원)을 제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여전히 신한지주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장중으로는 시총 23조원대에서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절대적인 시총 규모에서는 격차가 있지만 최근 반도체주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포털·모바일 콘텐츠 라이벌인 네이버와 카카오(035720)의 순위 싸움도 볼만하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상승장이 지속되면서 경쟁업체들 간 대장주 싸움도 볼만해지고 있다”며 “기존 강자가 후발주자에게 위협을 받거나 홀로 고군분투하던 시장에 경쟁자가 신규로 진입하면서 전체 파이를 키우면서 투자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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