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들어 미세먼지는 줄었지만 전국이 오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이 심각하다. 서울에는 이번 달에만 오존 주의보가 여섯 차례 발령됐다. 지난해 6월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3번)의 2배에 달한다. 전국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오존 주의보가 발령된 횟수는 2011년 55회, 2012년 66회, 2013년 158회로 크게 늘었다. 이후 2014년(129회)엔 소폭 줄었지만 2015년 다시 134회로 증가한 뒤, 2016년 241회로 급증했다. 올해도 벌써 160회가 발령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오존 농도는 높다. 2015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여름평균 오존 농도는 OECD 국가 중 4위이다. 이탈리아와 이스라엘,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산소 원자 3개가 결합 된 오존(O3)은 산소 기체(O2)와 다르게 유독물질이다.
독일 화학자 크리스티안 쇤바인은 1839년 물을 전기분해 하던 도중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전기 스파크를 만들 때 나는 냄새였다. 그는 분리한 기체를 ‘오존’(ozone)이라 명명했다. “냄새가 난다”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낱말 오제인(ozein)에서 따왔다. 쇤바인은 30여 년 지난 1867년 오존의 분자 공식 ‘O3’를 확증했다. 오존은 상온에서 기체다. 영하 112도에서 액체, 영하 193도에서 고체로 바뀐다. 오존은 산소 기체보다 불안정해 쉽게 분해된다. 이때 발생하는 산소 원자가 주변의 다른 물질들을 산화시킨다.
오존은 크게 성층권 오존과 대류권 오존으로 나뉜다. 성층권에 밀집돼 있는 오존층(지상 25~30km)은 태양의 자외선을 차단, 지구상 생명을 보호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반면 지상 10㎞ 아래 대류권에서 발생하는 오존은 농도가 높으면 건강을 해치는 유해물질이다. 따라서 오존층에 존재하는 오존은 ‘좋은 오존’, 대류권에 존재하는 오존은 ‘나쁜 오존’이라 할 수 있다.
대류권 오존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 등에 의해서도 만들어 진다.
오존은 자동차 배기가스에 함유된 질소산화물(NOx)과 석유화학 물질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햇빛과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만들어진다. 자동차에서 배출된 이산화질소는 햇빛을 받아 일산화질소와 산소원자(O)로 광 분해되고 생성된 산소 원자는 대기 중의 산소(O2)와 결합하여 오존을 생성한다. 생성된 오존은 일산화질소와 결합하여 이산화질소를 생성시키는 등의 과정이 되풀이 된다. 질소산화물(NOx)은 자동차에서 약 49%, 발전소 등 연소시설에서 약 51%(발전 16%, 산업 30%, 상업·가정 5%)가 배출되고,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의 경우에는 자동차에서 약 35%, 나머지 약 65%는 주유소나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인쇄소, 세탁소 등과 페인트 작업할 때 발생한다.
그러나 발전소 등 대형 연소시설은 대부분 도시 밖에 위치하고 있어 도시 지역에서는 자동차 배출 오염 물질의 비중이 훨씬 높아진다.
오존이 대류권, 즉 지표면의 대기에 있으면 매우 해롭다. 강한 산화력 때문이다. 오존의 산화력을 이용한 것이 살균제와 표백제, 탈취제다. 오존을 흡입하면 표백제를 코로 마신 것과 같다. 기준치 이상으로 발생한 오존은 피부와 호흡기를 공격해 세포를 죽인다. 천식, 급성인후염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두통과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심각한 경우 폐 기능을 저하하고, 노약자의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 또 농작물 괴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존이 아이들의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악화한다는 사실도 장기간의 추적연구에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환경보건센터 안강모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 오존 농도가 0.01ppm 증가하면 아이들의 아토피피부염 증상 위험도는 6.1%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존이 아이들의 호흡기와 피부 점막을 직접 자극, 여러 염증 반응을 유발하면서 아토피 증상도 악화시키는 것이다. 안강모 교수는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아토피 피부염이 악화하지 않도록 가급적 아이들이 외출을 삼가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오존농도(ppm) | 작용 |
0.01~0.02 | 다소의 냄새를 느낀다. |
0.1 | 확실히 냄새가 나고, 코나 목에 자극을 느낀다. |
0.2~0.5 | 3∼6시간 노출되면 시각이 떨어진다. |
0.5 | 확실히 상부기도에 자극을 느낀다. |
1 ∼ 2 | 2시간 노출로 두통, 흉부통, 상부기도건조와 기침이 나며, 계속 노출되면 만성중독증에 걸린다. |
5 ∼ 10 | 맥박증가, 몸이 아프며, 마비증세가 올 수 있다. |
15 ∼ 20 | 작은 동물은 2시간 이내에 사망한다. |
50 | 인간은 1시간으로 생명이 위험하다. |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오존경보제를 3단계로 운영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발효한다.
오존의 시간당 농도가 0.12ppm일 때 오존 주의보, 0.3ppm일 때 오존 경보, 0.5ppm 이상이면 오존 중대경보가 각각 내려진다. 1ppm은 100만 분의 1을 나타내는 농도 단위다. 1톤당 1g씩 나타나는 물질의 농도를 1ppm으로 표시한다. 오존주의보에서 1시간 이상 실외에 있으면 눈이 따갑거나 호흡기가 자극된다. 이 단계에서는 기침하거나 불쾌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호흡기 질환자, 5세 이하 어린이, 노인에겐 실내가 안전하다. 오존 경보가 발효되면 소각시설 사용, 자동차 운행, 유치원 및 학교의 실외학습 자제가 요청된다. 오존중대경보는 가장 심각한 단계다. 실외에서 6시간 이상 활동하면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해질 수 있다. 이 단계를 발령한 지자체는 소각시설 사용, 자동차 운행을 금지한다. 일조량이 가장 많은 여름에는 오존중대경보가 발효될 수 있다.
오존 농도는 △높은 일사량 △초당 풍속 3m 미만 △기온 약 25℃ 이상 △높은 대기 안정도 등 4가지 조건을 갖추면 높아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존농도 수치는 불과 몇 십분 사이에 급격히 올라가고 떨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면서 “그 만큼 측정이 까다롭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오존을 마스크로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존은 상온에서 기체다. 필터를 아무리 촘촘하게 만들어도 기체 상태의 오존을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오존 발생을 줄이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스모그가 심한 지역에서 석유 정제업자들이 벤젠과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적게 포함하는 가솔린을 만들어 보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 특수주유기를 사용하여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배출을 최대한 억제토록 하고 있다. 또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겐 청정 연료를 사용하면서 더 적은 배출 가스를 배출하는 자동차를 만들도록 하고 있다. 1994년부터는 대형 버스와 트럭, 기차, 건설장비, 잔디깎기 등의 배출 가스도 규제의 대상이 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불필요한 자동차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밴, 카풀 등 효율적인 출퇴근방법 등을 동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휘발유차·가스차는 SULEV(Super Ultra Low Emission Vehicle), 경유차는 유로-6 등 국제적인 자동차 배출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보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공해 차량 운행 제한 지역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농기계·건설기계의 배출 허용 기준을 강화했으며, 노후 건설기계와 노후 선박의 저 공해화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또 2010년 대비 20~60% 배출 허용 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나홀로 자동차 감축과 카셰어링 등을 통해 자동차 일평균 주행거리 30% 감소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환경공단은 ‘오존이 높은 날, 건강 생활 수칙’을 소개했다.
오존 농도가 높은 날엔 △주민 실외활동 및 과격운동을 자제하고 △노약자, 어린이, 호흡기 환자, 심장질환자의 실외활동을 줄이며, △유치원, 학교 등 실외 학습을 자제하고 △승용차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자동차운행, 스프레이사용, 드레이크리닝, 페인트칠, 시너 사용을 억제하고. △노천 소각을 금지하는 것이 좋다. 시민들도 자동차를 탈 때 오존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는 잘 정비해서 타고, 과적을 삼가야 한다. 또 불필요한 공회전을 삼가고, 타이어 공기압은 적정하게 유지하고, 자동차 에어컨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름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7시 이후에 주유하고, 카풀제에 적극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경제속도 준수 등 환경 친화적인 운전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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