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아끼려고 이면지로 인쇄하면 종이가 곧잘 걸립니다. 짜증 나죠. 여기에 프린터 센서나 롤러까지 고장 나면 출장비에 수리비까지 십수만 원 깨집니다. 그럼 진짜 눈물 나요.”
최호림(43·사진) 부름커뮤니티 대표는 프린터 전문가다. 2004년부터 10여 년간 전라북도 지역에서 외국계 프린터 제조사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했다. 프린터 고장 접수를 하고 출동하면 두 번에 한 번은 이면지가 말썽을 일으킨 경우였다. 이면지는 그림이나 글씨가 적힌 부분이 볼록하게 돌출돼 있고, 균형도 맞지 않아 프린터 롤러의 일부를 빠르게 마모시켜 종이를 걸리게 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프린터 고장 수리비를 몇 차례 낸 사무실 중에는 아예 이면지를 안 쓰는 곳도 생긴다”며 “그렇게 버려지는 종이가 너무 아까워 대안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프린터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그는 편마모를 처음부터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롤러에 덧대면 수명이 대폭 증가하고 종이 걸림도 해소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잼버리’다. 잼버리를 프린터에 장착하면 종이를 정확히 한 장씩만 움직이게 한다. 잼버리의 핵심 기술은 종이와 맞닿는 부분과 스프링이다. 최 대표는 “종이 한 장만 바르게 옮기기 위해 스프링의 강약을 조절하고 부품의 소재를 개발하는 데 가장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잼버리를 장착하면 프린터 롤러 수명이 2배로 늘고 잦은 고장이나 종이 걸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재 소형 프린터용 잼버리는 완성됐고, 사무실에서 쓰는 대형 잼버리는 올해 중 개발을 마치고 내년부터 전체 제품의 양산·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서비스센터와 대형 마트, 인터넷을 중심으로 팔고 중국 시장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그는 “잼버리의 장점이 잘 알려진다면 내년 상반기 중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최 대표의 또 다른 직업은 라디오 디제이(DJ)다. 2010년 운영 중인 서비스센터가 본사 정책으로 폐쇄돼 갑자기 실업자가 됐을 때 우연히 고(故) 신해철 씨를 만난 게 계기였다. 신 씨는 “하고 싶은 일을 꼭 하라”며 최 대표를 격려했고, 그 말에 ‘라디오 DJ’라는 꿈을 다시 꺼낸 그는 각종 오디션에 도전하다 2012년 전주지역 교통방송에서 진행자로 발탁됐다. 최 대표는 주말 아침 7~9시 ‘즐거운 라디오’를 맡고 있다. 그는 “원하던 일을 하면서 용기와 힘을 되찾았고, 결국 부름커뮤니티를 창업해 잼버리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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