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금 확대 정책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가장 토론이 치열했던 복지·세제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최대 200만원이 넘는 현금을 쥐여주는 제도라 체감도가 크지만 그만큼 재정 소요도 커서 확대를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국정기획위가 지급액 10% 인상 등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낸 것은 저소득층 지원과 양극화 해소라는 새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근로장려금 확대가 필수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근로장려금제도가 가구당 최대 지급액이 6,318달러(약 690만원), 총 수혜가구가 2,750만가구에 이르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규모가 작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정기획위 방침이 확정되면 근로장려금은 2년 연속 10% 인상을 기록하게 된다.
근로장려금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문재인표 복지 정책도 상당 부분 윤곽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복지 정책을 기존 공약에서 크게 바꾸지 않고 추진하기로 하면서 저소득층과 서민들의 복지 혜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는 앞서 지난달 15일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월 최고 20만원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내년에 25만원, 오는 2021년에 3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자녀(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급여를 주지 않던 규정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수혜 대상을 넓힌다. 0~5세 아동이 있는 가구에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도 내년부터 지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의료복지 부분에서는 건강보험 진료비 부담 상한 인하, 과부담 의료비 부담 지원 제도 신설 등이 확정적이다.
각종 복지제도가 확대일로에 있는 셈인데 복지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손 치더라도 마냥 혜택을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가 재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우선순위를 정해 체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복지 제도·집행의 비효율이 적지 않은 상태여서 이런 부분의 정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근로장려금의 경우 제도 취지와 달리 고소득자에게 흘러가는 경우가 적지 않고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연계가 약해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제도 개선 없이 지원 수준만 급증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3년에는 근로장려금 수혜가구와 총 지급액이 78만가구와 5,618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는 각각 138만가구·1조280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약 220만가구에 1조2,452억원이 지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 역시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태에서 성급하게 추진하면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으며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폐지는 일부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흘러가 복지 재원 낭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원 누수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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