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투자의 창] AI와 싸워서 이기기

박상우 유안타증권 청담지점장





인공지능(AI)은 사람이 참여하는 투자 시장을 모두 대체할 수 없다. 투자는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바둑처럼 승패를 결정하는 명확한 왕도가 존재한다면 AI가 머신러닝을 통해서 구현해낸 스크립트로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상품을 제시하면서 우리의 자리를 빼앗으려 할 테지만 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교수는 금세기 최고의 어벤저스 투자 드림팀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를 창업했지만 7년 만에 150조원에 이르는 자산의 90%를 잃고 파산했다. 영원할 것 같던 천재 암호학자 제임스 사이먼의 르네상스펀드도 지난 2015년 청산됐다. 알고리즘으로 수만 번의 초고속 거래를 해서 주식 시장의 60% 이상(미국 기준)을 장악한 초고빈도트레이닝(HFT) 로봇들은 감시와 규제 속에서 수시로 시장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골드만삭스 등 유수의 투자은행들이 엔지니어들을 모셔놓고 AI 투자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다.

물론 AI 투자 시장의 지평을 열어가는 흐름도 있다. 앞서 LTCM이 파산하던 시절 옥스퍼드 금융대학은 물리학계 권위자인 닐 존슨 교수를 모신다. 그런데 이들이 알파고 만큼이나 신선한 충격을 시장에 주고 있다. 존슨 교수가 이끄는 펀드는 막대한 투자 전략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시장에 예측 가능의 영역을 찾아냈으며 그 정확도 또한 매우 유의미하다. 소개하자면 이평선 정배열, PER/PBR 상대적 평가, 투자자의 검색 횟수, 각종 기업분할·유무상 증자 등의 이벤트 드리븐, 포트폴리오 보험전략, 롱·쇼트 등 여러 전략들이 등장하는 시장은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를 예측 불가능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 시장에는 시장 참가자가 매우 많고 그 사람들이 골고루 다양한 전략들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예측 가능한 시장 영역이 나타난다. 전략이 몇 가지로 한정돼 있고 시장 참가자가 소수일 때다. 존슨 교수의 AI는 시장이 예측 가능 영역인지, 불가능 영역인지를 알려준다.



시대가 갈수록 투자 시장 참여자는 늘어나고 전략 또한 다양하게 확장 중이다. 바둑처럼 집이 많으면 반드시 이기는 룰이 아니다. 심지어 투자 자산 가격이 빠져야 이기는 전략도 존재한다. AI의 고도화가 진행될수록 예측 불가능의 영역도 더욱 확대 중이다.

반면 우리 인간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바로 패턴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때로는 성급한 일반화가 문제가 되지만 오랜 경험과 본능에서 출발한 패턴 인식 능력은 AI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린 호랑이 새끼를 보면 단번에 알아보지만 여전히 AI들은 큰 고양이인지, 살쾡이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IBM왓슨의 사진 판독 능력이 노련한 의사의 질병 판정 정확도를 여전히 따라가지 못한다. 시장은 지극히 인간적인 곳이다.

박상우 유안타증권 청담지점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