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말 가입대상 확대를 앞둔 개인형 퇴직연금, IRP 시장을 두고 금융권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IRP는 노후 대비를 하면서 세제혜택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데요.
정작 새 가입 대상자들의 혜택이 기대에 못 미쳐 깡통계좌로 가입 숫자만 불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SA처럼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훈규기자입니다.
[기자]
오는 26일부터는 그동안 퇴직금을 받는 직장인들만 가입 가능했던 IRP에 자영업자와 공무원, 군인 등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늘어나는 가입 대상자 수는 어림잡아 730만명에 달합니다.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블루오션이나 마찬가지라, 사전예약을 시작하거나, 상품권 증정과 수수료 인하 등의 당근책으로 벌써 고객유치 경쟁에 돌입하는 분위깁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기대에 못 미친 혜택과 할당 채우기에 급급한 금융사 영업이 맞물려 1만원 이하 깡통계좌만 양산한 ISA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IRP의 가장 큰 매력은 700만원 한도의 세액공제입니다.
그런데 노후를 대비할 여력이 있어 이미 연금저축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경우 IRP에 새로 가입해서 얻는 혜택은 이보다 적습니다.
연 400만원의 연금저축 세액공제 한도와 합산해, 300만원만 추가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수입이 들쭉날쭉하기 쉬운데, 가입한 지 5년 안에 중도 해지하면 해지 금액의 16.5%를 소득세로 내야 합니다.
세액공제로 돌려받은 세금을 도로 토해내는 수준입니다.
IRP의 또 다른 장점인 과세 이연 효과도 퇴직금이 없는 자영업자와는 무관한 얘깁니다.
과세 이연은 세금 납부 부담을 미루는 것으로, 가령 1억원의 퇴직금을 받으면 당장 4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IRP로 이전하면 70%인 280만원을 연금 수령 기간 동안 나눠 내면 됩니다.
즉 퇴직금이 있는 직장인이나 기대해 볼 수 있는 효과입니다.
낮은 수익률도 매력을 낮추는 요인입니다.
IRP를 운용하는 국내 49개 기관 중 상위 6개사만 최근 1년 수익률이 2%를 조금 넘었을 뿐, 대부분 1%대에 그쳤고, 0%대도 8곳이나 됐습니다. /정훈규기자 cargo29@sedaily.com
[영상편집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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