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노동계와 사용자 측의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 6,470원인 최저임금을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지금 당장’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보다 한참 앞서 가는 요구다. 반면 사용자 측은 최초 의견을 2.4% 인상으로 제시해 인상의 속도 제한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1만원이 현실적으로 당장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정부와 노동계 주장대로 최저임금 1만원은 임금격차를 줄이고 저소득층의 빈곤 해소에도 도움이 될까. 각종 통계와 연구 결과는 사실과 달랐다.
◇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오롯이 저소득층 몫?…“30%만 빈곤층에 해당”=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에 도움이 되려면 현재 받고 있는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인 저소득층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내놓은 ‘최저임금과 사회안전망:빈곤정책 수단으로서의 한계’ 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소득 하위 20%(5분위) 가구에 속하는 비율은 31.3%에 그쳤다. 나머지 70% 정도는 빈곤층 이상에 속하는 셈이다. 심지어 소득 상위 40%(1, 2분위) 가구에 속할 비율도 24.0%나 됐다. 근로자 개인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 처지이나 개인이 속한 가구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집이라는 얘기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 배우자는 번듯한 일을 하지만 자신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 등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빈곤층은 취업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하위 10% 가구에는 22.6%만이 취업자가 있었다. 나머지 80% 정도의 가구는 임금 자체를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올라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못한다.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저소득층을 상대로 한 복지 확대가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격차 해소에 기여?…“상관관계 낮다는 결과가 다수”=최저임금 자체가 저소득층을 정확히 겨냥하지 못하다 보니 최저임금 인상과 임금격차 해소의 연관성도 낮았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이 가장 크게 오른 때는 2007년이었다. 전년보다 12.3% 올랐다. 이 정도 큰 폭의 인상이면 임금격차가 어느 정도라도 줄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2007년 소득 하위 20% 임금 대비 상위 20% 임금의 비율인 ‘소득 5분위 배율’은 0.22 올랐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임금격차가 커졌다는 뜻이다. 이듬해에도 0.11이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저임금 근로자 비중 역시 2006년 24.9%에서 2007년 26.0%로 오히려 늘었다. 2008년에는 25.5%로 약간 낮아졌으나 전년도 증가 폭보다는 작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국내외에 최저임금과 빈곤 해소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가 많은데 상관관계가 낮다는 결과가 다수인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 불평등 해소와 같은 사회 정의 실현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현실을 기만하거나 현실을 외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렸을 때 부작용은 없나=최저임금 인상이 임금격차 해소에 적절한 처방이 아닐라고 하더라도 근로자 전반의 소득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면 추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급격한 수준의 최저임금 상승은 효과가 적은 약을 넘어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고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작성한 ‘최저임금 인상 고용영향평가’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7.1% 오르면 고용은 약 6만명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이때 소득·소비 확대로 유발되는 일자리도 최대 6만3,984명 정도기는 하다. 하지만 노동연구원은 그 이상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 충격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번에 1만원으로 오르는 경우(54.6%)와 3년에 걸쳐 오르는 경우(15.7%) 모두 전에 없이 급격한 인상 수준임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중앙회가 300여개 중소기업을 상대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를 경우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56%가 ‘신규 채용 축소’라고 답한 설문 결과도 있다. 결과가 과장됐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받아야 할 당사자들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가벼이 받아들여야 할 이유도 없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급격한 인상을 해야 할 정도로 낮나=최저임금이 소득 재분배와 큰 상관이 없더라도 근로자에 대한 노동 착취를 막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상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인상 수준이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54.6%나 올릴 정도로 현재 최저임금이 낮은 걸까. 노사정위원회의 ‘2014 임금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시장 환율 기준 25개국 가운데 14위, 구매력 평가 환율 기준 25개국 중 10위로 중상위에 속했다. 해당 통계는 2013년 기준인데 우리는 그 이후로도 높은 인상률을 기록해 순위는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펴낸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특징 분석과 보완 방안’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지난해 13.7%로 상당히 높다. 2013년 때 11.8%로 국제비교를 해도 OECD 주요 20개국 가운데 3위다. 특히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67.8%는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고용돼 있었다.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도 주로 최저임금이 해당되는 영세사업자들에게는 버겁다는 뜻이다./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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