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조찬간담회에서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최대한 기다리겠지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기업 스스로가 무언가 모범적인 사례를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서둘러주길 기대한다”며 대기업의 빠른 변화를 주문했다. 이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이우현 OCI 사장, 원종훈 현대자동차 부사장, 조갑호 LG 부사장 등 재벌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재계를 향한 김 위원장의 경고성 발언이 나온 후 간담회장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의 목표로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을 들며 “경제력 집중 억제는 10대 그룹과 4대 그룹 등 상위그룹에 초점을 맞춰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경제력 집중 억제의 경우 10대나 4대 그룹에 초점에 맞추고 있고 지배구조 개선은 사후적이고 시장접근적인 방법으로 설계 중이라고 강조한 만큼 재벌들이 개혁 동참에 서둘러 달라고 촉구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재계 단체들도 개혁 움직임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사업자 단체는 회원사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변하는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고, 회원사 중 사회기대와 어긋난 기업이 있다면 자율규제 기구로서의 기능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자 단체에서도 자율적인 노력을 해주기를 당부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겪고 있는 불행한 사태를 반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시그널에 재계의 반응은 다소 복잡한 분위기다. 재계는 잇따른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정부의 정책 의지를 전달하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만큼 향후 실질적인 액션이 뒤따를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그동안 말해온 대로 합리적인 재벌개혁 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재벌에 대한 정부 및 사회의 분위기 등은 변화나 개선 없이 어느 한쪽의 잣대로 개혁대상으로 몰아가면 통합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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