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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前금융위원장, 금융개혁 못다한 아쉬움에 울컥…"인내심 갖고 官治 지워달라"

[본지 단독 인터뷰]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지난4월20일 서울프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2회 서경금융전략포럼 리빌딩 파이낸스 2017 - 금융산업 4차혁명을 만나다’에서 금융개혁의 성과에 대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서울경제DB




기자가 여의도 자택을 찾았던 늦은 밤에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홀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떠난 사람을 뭐하러 인터뷰 하냐”며 웃는 얼굴에 짐을 내려놓은 사람의 홀가분함은 보이지 않았다. 짐을 ‘금융위 가족’들에게 남겨두고 왔다는 미안함과 책임감이 아직도 그의 얼굴에 잔뜩 묻어 있었다.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지난 18일. 퇴임식에 앞서 그는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담배 세 대를 태우고 무대에 올랐다고 했다. 30년 넘게 공직에 있었던 베테랑이었지만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2년4개월 동안 금융개혁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험난한 길을 함께 헤쳐온 금융위 직원들이 눈에 밟혀서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인터뷰 내내 “남은 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많은 현안을 남겨두고 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후배들에게 여러 당부를 했다.

가계빚, 고용·복지·주택 등 종합적 대처를

☞ LTV·DTI 규제 등 금융정책만으로는 해결 안돼

먼저 꺼낸 게 가계부채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법은 결국 채무자가 빚을 갚을 수 있게 능력을 키워주고 궁극적으로 빚을 지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며 “고용·복지·주택정책 등 종합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장치인 주택담보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움직이거나 서민금융만 늘리는 식의 금융정책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가계부채 중에서도 그가 특히 우려한 부문은 자영업자 대출이다. 임 전 위원장은 “가계부채의 근본 대책으로 가계소득 증대를 내세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더 어려워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조조정 늘 생겨…일관된 원칙 지키는게 핵심

☞ 손실 부담에 대한 이해관계자들 합의·자구 노력 필요



임기 동안 임 전 위원장은 부실에 빠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집도했다. ‘구조조정’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그는 “너무 힘들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가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에 보낼 때는 ‘금융논리로 국익을 희생했다’는 야유가 쇄도했고 올 초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고 설득하자 ‘말을 뒤집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그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회고했다. 이해관계자들의 손실 부담에 대한 합의와 자구 노력이다. 그는 “경제는 부침이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은 늘 생긴다”며 “과거에도 미래에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정해나가려면 일관되게 원칙을 갖고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구조조정의 목표는 ‘기업의 정상화’



☞ 채권단·노조·경영진·정부 일심동체로 나아가야



구조조정은 목표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도 했다. 임 전 위원장은 “중요한 건 구조조정 그 자체가 아니라 당초 목표인 기업의 정상화”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채권단과 노조·경영진·정부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기업 정상화를 위해 일심동체로 나아가달라”고 주문했다.

굵직한 현안을 처리하는 와중에도 임 전 위원장이 취임 첫날부터 꾸준히 실천해온 것은 ‘금융개혁’이다. 핵심은 경쟁과 혁신의 문화를 금융권에 정착시키는 것. 18년 만의 우리은행 민영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보험상품 가격규제 완화 등이 그가 금융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이룬 성과다. 임 전 위원장은 “문화를 바꾸는 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인내심을 갖고 해나가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절절포(절대 절대 포기하지 말고)’ 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다. 금융 당국과 금융사 모두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금융위는 ‘관치금융’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벗기 위해, 금융사는 경쟁과 자율에 적응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했다.

국민 눈높이서 ‘금융개혁’…절대 포기 말아야

☞ 금융사는 시장 경쟁·자율에 적응하려 노력해야



‘국민 눈높이의 개혁’도 당부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금융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가 꾸린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은 2년3개월 동안 금융사와 소비자단체 등 1,766곳을 찾아 2,106건의 규제를 개선했지만 지난달 임 전 위원장과 함께 해체의 운명을 맞았다. 그는 이에 대해 “가슴 아프다”면서 “금융현장과 금융행정 간에는 많은 유리가 있다. 현장점검반의 기능이 어떤 형태로든 유지되고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남겼다.

두 대째 담배를 다 태운 임 전 위원장은 꽁초를 신고 있던 구두 바닥에 비벼껐다. 깊은 밤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역시 “금융위를 잘 부탁한다고 꼭 전해달라”였다. 많은 속내를 이야기해서였을까.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 보였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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