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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魔 잿더미' 뚫고...피어난 이웃사랑

서울 쌍문동 한양아파트 화재로

19가구가 부상 등 피해 입었지만

발화 세대에 손해보상 요구 안해

성금 모아 피해복구 등 되레 위로 손길

큰 화재가 났던 서울의 한 공동주택 주민들이 처음 불이 발생한 세대에 피해보상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그 집을 도와주면서 이웃사촌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양7차아파트 13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번져 발화 세대를 포함해 19세대가 큰 피해를 봤다. 당시 화재로 불이 난 집의 가장과 두 딸 등 3명이 숨지고 다른 세대 주민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재 이후 화재피해세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주민들은 자신들도 피해를 당했지만 일가족 3명이 숨진 발화 세대의 아픔을 보듬고자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책위원장을 맡은 조병기씨는 “처음 불이 발생한 집은 아버지와 딸들이 사망하고 어머니와 아들만 겨우 살아남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없었다”며 “주민들은 도봉구청과 지역 국회의원인 김선동 의원 등을 찾아가 피해보상 지원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피해복구 공사를 해야 하는 세대가 2~3개월의 공사기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곳의 월세 등을 지원하고 김 의원은 지역 교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성금을 모았다. 이렇게 모인 성금은 발화 세대를 비롯해 피해 세대의 복구에 쓰였고 부족한 돈은 각 세대가 스스로 해결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의 소식을 전해 들은 인근 아파트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일부만 받고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중계수수료를 받지 않기도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도 대책위원회 중심으로 주민 모임을 자주 하면서 서로 위로하고 있고 이전보다 주민 간 왕래도 잦아졌다.

조씨는 “아파트 화재로 많은 세대가 피해를 봤지만 서로 노력해 피해복구를 빨리할 수 있었고 주민들의 관계도 돈독해졌다”며 “도봉구청과 김 의원, 그리고 피해 회복을 적극 도와준 교회 등 지역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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