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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없애라] 사망신고 안하고 복지급여 '문어발식' 수급...R&D예산으론 골프

2부 - <상 >단속 비웃는 예산 도둑들

부정수급 통계 주먹구구에 지자체 적발 의지 약해 매년 급증

연구비 부당 사용 표본적발 작년 200억...전수조사땐 더 늘어

"복지 위한 증세 앞서 부정수급 감시 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 40대 남성 주모씨는 근로소득이 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이 돼 수년간 급여를 부정 수급했다. 이렇게 받은 돈만 수억원. 정부는 주모씨에게 7,153만원의 환수 명령을 내렸지만 주씨는 이의 5%인 360만원만 납부한 상태다.

# 1920년대 생인 정모씨는 지난 2010년 5월 사망했지만 가족들은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에게 지급되던 기초노령, 기초생활보장, 장애인복지 급여는 계속 지급됐고 2012년 9월 적발될 때까지 역시 수천만원이 계속 주어졌다. 당국은 정모씨 가족에게 1,229만원의 환수 명령을 내렸지만 정 모씨 가족이 지금까지 당국에 낸 돈은 절반가량인 554만원에 그쳤다.

복지예산 부정 수급은 총액이 가파르게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의로 나랏돈을 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는 등 그 성격도 ‘악질’인 경우가 많았다. 주모씨 사례처럼 7,000만원이 넘는 돈의 환수 명령을 받고 뻔뻔하게 이를 환수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했고 정모씨의 가족처럼 여러 개의 복지 프로그램으로부터 ‘문어발식’ 부정 수급을 하는 경우도 숱했다. 비단 복지뿐만 아니라 국가 연구개발(R&D) 등의 부정 수급도 늘어나고 있으며 제대로 관리도 안 되는 실정이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보장정보원의 ‘복지 부정수급 성격별 분류 현황’을 보면 90대 여성 이모씨는 금융자산이 있어 긴급복지 급여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이를 숨겨 수백만원을 부정 수급했고 262만원의 환수 명령을 받았지만 한 푼도 내지 않았다. 60대 여성 최모씨도 위장 이혼 등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자격을 갖춰 6,500만원의 환수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환급한 것은 160만원에 그쳤다. 70대 백모씨의 경우는 질이 더 좋지 않다. 이중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해 기초생활보장제도·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 등 3개 프로그램을 부정 수급했다. 439만원의 환수 명령을 받았다. 복지 부적정 수급 건수를 보면 2012년에는 8만7,066건에 그쳤지만 지난해 16만9,300건으로 약 2배 급증했다.



복지 부정 수급이 늘어나는 이유가 뭘까. 일단 정부의 의지 자체가 약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정부의 부정 수급 관련 통계는 주먹구구인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요청으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부정 수급 액수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끌어모아 지난해 9월 보고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관련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본지가 2016년 통계가 없다고 지적한 후에야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에 각 지자체가 입력한 값을 복지 부정 수급 공식 통계로 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해당 값은 올해 5월까지 입력된 상태다. 정부 내에서도 부정 수급 규모에 대한 일률적인 파악이 안 되는 실정인 것이다.

복지 부정 수급 적발에 각 지자체가 미온적인 것도 문제다. 현재 지자체는 단체장이 부정 수급 단속으로 민원인이 늘어나는 것을 꺼려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적발을 해도 관련 법규 미비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점도 한계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복지 분야의 한 연구위원은 “병원에 대한 부정 수급은 수십억원이 적발돼도 관련 법상 최대 3,000만원의 벌금만 내면 되고 이후 친인척을 이용해 또 병원을 설립해 똑같은 방식으로 부정 수급을 하고 있다”며 “복지 부문도 부정 수급을 정의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처벌 규정도 최대 1,000만원의 벌금만 내면 되는 등 약하다”고 설명했다.

복지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부정 수급 역시 ‘복마전(나쁜 일이 끊임없이 행해지는 근거지)’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우선 R&D의 경우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지난해 R&D 예산 5,000억원 이상인 7개 부처 34개 주요 사안을 표본점검 방식으로 점검한 결과 연구비 부정 사용 등 총 167건, 203억원의 부당 사용액을 적발했다. 전수조사를 하면 규모는 더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 중 민간기업 A연구원 원장은 정부출연 연구사업을 위탁 받아 수행하며 경조사 화환 구입비, 골프, 대리운전비 등 연구와 관련 없는 사적 용도로 간접비 약 2억4,000만원을 부당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연간 60조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도 부정 수급이 많았다. 2014년 말 검경 합동조사 결과 총 3,119억원의 부정 수급이 적발됐다. 다만 정부는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이 최근 완전 개통되며 부정 수급이 근절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복지·R&D·국고보조금 등은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돼 관련 단속이 늘어나다 보니 적발도 늘고 관련 분야만 문제가 크다고 인식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정 수급되는 분야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태펀드 지원금 등 정책금융 등에서도 여러 부정 수급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단속이 안 돼 이슈화가 안 되고 통합 단속 시스템 등도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복지를 위한 증세도 중요하지만 예산 누수에 대한 철저한 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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