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과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계약직과 파견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협력사와의 상생 차원에서 2·3차 협력사 소속 근로자들에게는 연간 120만원씩의 추가 임금을 지원한다. 국내 대기업 중 제조업체가 정규직 전환에 자발적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비정규직 개념이 모호하다’며 머뭇거리고 있는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24일 약 450명의 계약직·파견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산은 지주사 역할을 하지만 면세점과 연료전지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비정규직 고용 안정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결정”이라면서 “경영상 여력이 되는 계열사별로 우선 추진하고, 다른 계열사들도 여건에 따라 시행할 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두 회사가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판단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계약직과 파견직 근로자다. 비정규직을 정의하는 여러 용어들이 있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본 것이다. 두산 측은 계약직의 경우 2년 계약 만료와 상관없이 준비되는 대로 곧바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파견직은 말 그대로 외부업체로부터 파견받은 근로자이기 때문에 외주업체와 근로자 등 이해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할 예정이다. 두산 관계자는 “파견을 마치고 원래 소속사로 복귀한 후 해당 근로자가 두산에 신규 채용될지 파견업체에 남아있을 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인력 빼내기’와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고, 파견 근로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정부의 정규직 전환 드라이브에 시큰둥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두산이 앞장서서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함에 따라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협력사들 대상으로도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원책을 내놨다. 이들 두 계열사는 2·3차 협력사, 영세 사내 하도급 소속 근로자들이 월 10만원, 연간 120만원의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 업체는 매출 의존도로 따질 예정인데, 두산인프라코어는 매출 의존도가 35% 이상인 곳, ㈜두산은 50% 이상인 곳으로 정했다. 두산은 최저임금 기준으로 급여를 받는 근로자의 경우 5% 가량의 임금 인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두산은 거래 의존도가 높은 1~3차 협력사에 자사와 동일한 수준의 복리후생 혜택을 지원하기로 했다. 설·추석 선물과 건강검진, 장례 서비스 등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연간 200만원 이내의 고교생 자녀 학자금과 두산 사내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두산 관계자는 “협력사 근로자의 사기와 경쟁력이 높아져야 두산의 경쟁력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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