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 발달이 산업지형 자체를 탈바꿈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광고시장이다. 오랜 시간 국내 광고시장은 재벌 광고주와 메이저 광고회사, 그리고 지상파 광고시장 등 삼각편대가 주류를 이뤄왔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광고주체와 광고수단 등의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고 마케팅에 성공한 자만이 소비자 뇌리에 각인될 뿐이다.
글로벌 문화 콘텐츠 미디어를 표방하는 아이콘티비의 김욱현(사진) 대표는 이 지점을 파고 들었다. 김 대표는 26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아이콘티비가 관심을 갖는 대상은 스트리트 컬처(거리문화)를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젊은이들”이라며 “이들이 주인공인 광고물을 제작하고 이 콘텐츠를 무기 삼아 플랫폼에 유저들을 모으고 이들이 또 다시 문화 콘텐츠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이콘티비가 만드는 광고물의 제작·유통 비용은 일반적인 온라인 광고제작비용 대비 최대 3분의 1 수준이다. 제도권 광고사들이 만들 때 비해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제작비를 따로 받지는 않는다. 광고 주인공들은 그저 콘텐츠만 제공할 뿐이다. 현재 이렇게 만들어 놓은 콘텐츠만 750여개에 달한다.
김 대표는 “플랫폼을 구성하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2년간 20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했고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며 “특히 우리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 동남아 등 글로벌시장의 젊은이들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뛰어난 창의적 재능을 갖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아이콘티비는 탤런트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아이콘티비를 창업하기 전 김 대표는 국내외 대형 광고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특히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에서도 근무해 일본 내 네트워크도 갖고 있다. 현재 아이콘티비는 15명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60% 이상이 콘텐츠 생산인력이다. 김 대표는 “작년부터 디지털 광고시장을 노린 광고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콘티비가 지금까지는 콘텐츠 확보에 주력했다면 올 하반기부터는 수익원 확보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다. 아이콘티비는 최근 디자이너 고태용씨가 출연하는 벤츠 광고, 6명의 젊은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찍은 11번가 광고 등을 제작하며 광고시장에 큰 주목을 받았다. 제작인건비, 세트장 구축비용 등을 최소화해 제작비용은 기존 대비 5분의 1 가량으로 줄였다.
김 대표는 “제작비에 끼어 있는 거품과 콘텐츠 유통채널을 SNS로 한정하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며 “현재 아식스·야후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상업용 광고제작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어서 올 연말께는 외형과 내실 양쪽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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