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한국은행의 경기전망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물론 낙관하긴 이르다. 불안한 가계부채와 일부 대기업에 편중된 실적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불황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바로 독일의 히든챔피언처럼 세계로 뻗어나갈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유망주들 덕분이다.
오랜 가뭄으로 모든 것이 타들어간 메마른 대지가 어느새 다시 푸르른 생명력으로 가득하듯, 오랜 불황은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대기업의 그늘에 일정부분 안주하며 스스로의 자생력을 키우지 못했던 연약한 중소기업이 어느새 단단히 뿌리내린 묘목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외산장비 일색이던 ECT(와전류탐상) 검사장비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에디웍스는 불과 10년 전 만해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창업보육센터의 신생아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난 10년은 외산장비업체들이 구축해놓은 장벽에 가로막혀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도 고단한 시기였다.
검사성능은 비슷하면서도 뛰어난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했지만 안전과 직결된 자동차부품의 검사장비를 신생업체에게 맡길 회사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에 대한 열의를 놓지 않은 이 회사는 결국 사고를 크게 칠 심산이다.
에디웍스는 글로벌 기업들이 주춤하는 사이 와전류를 이용한 새로운 원천기술까지 확보했다.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더욱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술개발에 전념하는 사이 시장은 조금씩 에디웍스의 기술력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국내시장에서의 주도권도 가져올 수 있게 됐다.
뷰티디바이스를 생산하는 아이젤크리에이티브도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기업이다. 이 회사 박연훈 대표는 삼성에서 정보통신 관련 디자인 업무를 수행했던 인물. 문제는 연구소장이 삼성에서 빛과 관련된 선행연구를 담당하던 물리학 박사라는 점이다.
디자인 중심의 제조회사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디자인의 가치는 앞선 기술력에서 비롯된다고 믿는 회사다. 날개 없는 선풍기라는 혁신적인 디자인이 강력한 모터와 기체역학의 재해석에서 비롯된 것처럼 말이다. 이 회사의 차세대 모델에 글로벌 메이커들이 벌써부터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비단 이들만이 아니다. 고난의 시절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잃은 것만큼, 얻은 것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의 가치는 우리도 그들 자신도 아직 모를 뿐이다. 어렵게 피워낸 이 작은 새싹이 앞으로 얼마나 높게 뻗어갈 거목으로 성장할지 말이다.
/안광석 서울경제비즈니스 기자 busi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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