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대책은 노무현 정부 때를 보는 듯하다. 참여정부 때에도 2003년 10·29대책을 비롯해 모두 12차례에 걸쳐 대책을 내놓았다. 그때도 지금처럼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 등 투기차단 대책이 주를 이뤘다. 문제는 집값 상승을 투기 탓으로만 돌리는 부동산대책은 별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때에도 ‘버블세븐’ 등 온갖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면서 수요억제에 매달렸으나 5년 동안 KB국민은행의 강남 주택매매가격지수는 51.3%나 급등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초저금리에 따른 부동자금 증가와 재건축으로 인한 단기 공급부족 등 구조적 요인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1,025조2,440억원으로 지난해 말(1,010조2,980억원)보다 14조9,460억원이 늘었다. 유동성이 넘치면 주식·부동산 등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집값이 뛰는 것도 재건축으로 인한 단기 공급부족 등이 맞물린 결과다. 이런 구조적인 요인을 두고 집값 상승이 투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투기 누르기 일변도의 정책이 이달 말 발표될 가계부채 대책과 맞물릴 경우 자칫 전셋값 급등 같은 엉뚱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어느 정부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부동산 대책이 집값 폭등만 초래한 참여정부 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투기수요만 차단하면 된다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시중의 풍부한 부동자금이 생산 부문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고 주택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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