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분리과세 등 개별 상품의 세제혜택이 축소되며 일몰을 앞둔 비과세 해외주식투자 전용펀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에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 국채처럼 수익률 높은 상품으로 자금이 과감히 이동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지만 리스크를 감안해봐야 한다.
2일 세제개편안 발표와 함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찌감치 ‘일몰 마케팅’에 들어갔다. 비과세 해외펀드와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올해 말, ISA는 내년 말 세제 혜택이 끝난다. 일몰되기 전 미리 계좌를 만들어두려는 투자자들과 그동안 부진했던 비과세 상품 판매를 만회하려는 금융투자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법한 상황이다. 김지택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부장은 “그동안 비과세 해외펀드 등의 가입을 주저했던 투자자들이 일몰 전에 몰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ISA의 인출 제한이 풀리는 등 세제개편안을 통해 다소간 상품성이 강화된 만큼 마케팅에도 유리해졌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도 세제개편안 발표 전후로 각 절세상품의 일몰 사실을 강조하며 가입자 모집에 서두르는 분위기다. 서지형 한국투자증권 건대역 지점장은 “고객들에게 당장 돈을 넣지 않더라도 비과세 해외펀드 계좌, ISA 계좌를 만들어 두시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에서는 판매사에 “ISA 마케팅 과열 경쟁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는 등 미리 과열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비과세 상품이 줄어들면서 브라질 국채, 신탁상품 등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 국채는 연 10%대 금리와 비과세 혜택으로 이미 지난 2년여간 자산가들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증권사의 신탁상품에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증권사·은행 등에서 판매하는 유언대용신탁으로 10억원을 매년 1억원씩 10년에 걸쳐 물려주면 총 증여세가 2억900만원에서 1억7,500만원으로 줄어든다. 미래에 증여할 현금을 현재 시점에서 3% 할인 평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3,400만원을 아끼게 된다. 이 때문에 신영증권이 유언대용신탁 가입 최저한도액을 5,000만원까지 낮추는 등 업계의 자산가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일각에서는 아예 ‘절세 상품’이 아닌 ‘수익률 높은 상품’으로 초점을 돌리는 자산가들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임동욱 신영증권 명동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어차피 과세가 늘어난다면 세금을 더 내더라도 오히려 수익률이 더 높은 상품을 찾겠다는 수요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세제개편안에는 예고대로 대주주 자격 요건과 양도소득세율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고영륜 KB증권 압구정지점 PB팀장은 “주식은 부동산과 달리 세금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이번 세제개편으로 주식 투자를 늘릴 메리트가 없어졌다”며 “세율의 가파른 증가는 금융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구성순 미래에셋대우 김해WM 수석PB는 “어차피 선진국도 대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이 30~40%에 달한다”며 “일시적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고 오히려 이 기회에 해외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주희·박민주·박시진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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