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이 ‘김종 증언’의 진실성을 놓고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을 지시했다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증언을 재판부가 사실로 인정하면 단순 뇌물죄가 성립할 여지가 커진다. 120일을 끌어온 이 부회장 뇌물 혐의 재판의 마지막 쟁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4일 재판 주요 쟁점에 대한 이틀째 공방 기일을 진행했다. 특검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 담당 사장(전 대한승마협회장)이 2015년 7월23일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정유라 지원을 요청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김 전 차관의 증언을 공개했다. 특검은 김 차관이 2015년 7월 이전 박 전 사장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정씨 관련 문자·통화내용도 함께 제시했다. 김 전 차관의 증언이 2014년 9월15일 첫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정유라 지원’을 합의한 중요한 증거라는 것이 특검의 주장이다.
삼성 변호인단은 “김 전 차관이 본인도 수사 중인 상태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이 정씨 지원을 이 부회장에게 지시했다는 증인은 김종이 유일하다”며 “안종범 업무 수첩 어디에도 ‘정유라’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판 말미에 김 전 차관의 진실성이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재판부가 그의 증언을 사실로 인정하면 이 부회장의 단순 뇌물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형법상 단순 뇌물죄는 뇌물을 준 사람이 받는 사람에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아도 인정된다.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은 제3자 뇌물죄로 판단했지만 삼성이 정씨에게 해준 승마 지원에는 단순 수뢰죄를 적용했다.
삼성 측은 김 전 차관 증언을 거짓이라 논박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단순 뇌물죄의 공동 정범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주장을 폈다. 특검은 이에 반박하며 비록 공무원이 아닌 최씨가 승마 지원의 이익을 100% 가져간다고 해도 박 전 대통령과 공동정범이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날 공소장에 적힌 3차 독대 시기를 지난해 2월15일 ‘오후’에서 ‘오전’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변호인단이 자료를 제출해 오류를 지적하자 수용한 것이다. 독대 시간이 오전이라면 최씨가 이날 영재센터 계획서를 박 전 대통령을 통해 이 부회장에 직접 전달했다는 특검 주장은 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한 공방 기일에서 재판의 핵심 쟁점을 두고 다퉜다. 삼성은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 작업은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3차에 걸친 독대를 진행하면서 승계를 위한 현안 성사를 청탁했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재판부는 오는 7일 이 부회장 등 피고인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하고 8월 하순께 1심 선고 공판을 열 예정이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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