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정할인율을 25%로 올리는 내용의 공문을 다음 주께 이통사에 보내기로 하면서 정부와 통신업계간 ‘샅바싸움’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 달 1일 약정할인율을 2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이통 3사 모두 법정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인 만큼 실제 적용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7일 과기정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9일까지 약정할인율 인상과 관련한 이통사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주께 관련 고시 개정을 이통사에 통보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통 3사 가운데 약정할인율 인상과 관련한 의견을 보낸 곳은 현재까지 없다”며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감안하면 이르면 16일이나 그 이후에 공문발송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시 개정안이 확정되면 다음 달 1일부터 통신요금 약정할인율이 현행 20%에 25%로 인상된다. 이통사 약관에는 요금제 변경 등의 중요 사항이 변경될 경우 이를 한 달 전에 문자메시지(SMS) 등으로 가입자에게 고지하도록 돼 있지만, 과기정통부는 고시 개정과 관련한 행정규칙이 상위법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통업계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방침에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고시 개정안 관련 공문 통보를 받는 즉시 김앤장·태평양·율촌 등 각사의 법무법인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특히 ‘요금할인 혜택 제공 기준’ 관련 행정규칙 3항인 ‘요금할인율은 이동통신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추가적으로 100분의 5범위 내에서 가감할 수 있다’는 부분을 정부가 잘못 해석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는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기존 할인율에서 5%포인트를 가감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이통사는 기존 할인율 20%의 5%인 1%포인트 내에서 가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약정할인율을 25%로 끌어 올리게 될 경우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단통법 취지에도 맞지 않게 된다”며 “정부에 보내는 의견서에는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한 이통사의 입장이 담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적 대응에 실제 나설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승소하면 최대 몇 천 억 원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주무 부처와의 관계 악화 및 여론의 질타, 더구나 새 정부의 핵심 공약 사항에 대한 반발로 비춰질 수 있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얻을 것도 별로 없다는 결론”이라며 “만에 하나 이통사들이 패소할 경우 그에 따른 부담은 몇 천 억 원의 손실을 넘어설 것이라는 점에서 법적 대응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며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이통사들은 약정할인율을 25%로 인상하더라도 기존 가입자들에게는 25%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가입자와의 계약 관계에 문제가 없는 데다 중간에 해지 시 위약금이 올라가면서 오히려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정부 측은 “기존 약정할인가입자도 할인율 상승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라 양측간 줄다리기는 법적 소송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될 전망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