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증권사들이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해외 기업 국내 상장이 잇따라 실패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후폭풍에 중국기업은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했고 국내 상장을 알아보던 미국 기업들은 미국 내 인수합병(M&A) 시장이 호황을 맞으며 상장을 취소했다.
7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국내 상장을 추진했던 중국기업들이 되돌아가거나 홍콩 등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사드 여파에다 중국 경제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되며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청약을 했던 중국 화장품 원료 기업 컬러레이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국내 동종 업계보다 한참 할인해 공모가를 정했음에도 청약이 미달 됐다. 주관사 신한금융투자는 32억원 규모의 미달 물량을 모두 떠안았다. 2011년 분식회계로 상장폐지 된 중국 기업 고섬 사태 이후 올해 초 다시 완리·중국원양자원이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험에 처하자 중국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중국기업에 대한 저평가에 지난달 웨이포트는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했다.
중국기업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어려움에 처하며 중형 증권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해외 기업 상장은 국내 기업 상장에 약한 중형 증권사들이 틈새시장 먹거리로 중점을 뒀지만 이마저도 점점 여의치 않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기업 상장은 국내 기업 상장 수수료보다 4~6%포인트 더 높아 수익성이 좋아 중형 증권사들의 IB 부문 중요한 수익창출원이었다.
중국기업에 이어 새롭게 찾아 나섰던 정보기술(IT) 업체의 국내 상장도 미국 내 M&A 시장이 호황을 맞으며 시작도 못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미국 IT 기업이 국내 상장을 추진하다가 미국 내 M&A를 선택하며 국내 IPO를 철회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에도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 업계는 미국을 찾아 미국 기업의 국내 상장 유치 설명회를 열고 관심을 모았지만 투자자금 회수 방법이 다양한 미국 기업을 국내로 유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미국의 벤처·스타트업은 투자금 회수에서 약 80%가 M&A를 택했다. 복잡한 상장 과정을 거치는 것보다 미국에서 손쉽게 기업을 매각해 회수할 수 있기에 미국 기업의 상장 유치는 어렵다. 지난해 국내에 상장한 미국 기업은 잉글우드랩 한 곳에 불과하다. 올해 상장이 예정된 미국 기업은 없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중형 증권사들이 대형사 위주의 IPO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외 기업 발굴에 열을 올리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져 대형·중소형 증권사 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