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후 사람들의 생활 모습은 획기적으로 변했다. 뉴스 확인, 책 읽기, 음악 듣기 등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 전까지 손안에서 모든 것이 이뤄진다. 하지만 초반에 이는 비(非)장애인들의 전유물이었다.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을 고민한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에서 처음으로 ‘화면 읽어주기’ 등 시각장애인용 기능 프로그램이 나오고 앱도 개발됐지만 기능을 끄고 켜는 것이 불편해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당시 삼성과 LG 등 국내 스마트폰에는 그마저도 없었다.
9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만난 박영숙 에이티랩 대표는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와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데 시각장애인들은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시각장애인용 앱이 있어도 그 앱이 폰 화면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고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박 대표는 시각장애인용 PC 스크린 리더 개발 경험이 있는 김정 기술이사와 함께 안드로이드용 스크린 리더 개발에 착수했다. 기존의 애플이나 구글 앱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한 번 동작하면 꺼지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을 읽어주는 것을 다 듣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외부에서 사용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은 전혀 보호받을 수 없다. 중간에 기능이 꺼지는 것도 시각장애인들은 두려워했다. 다시 화면 읽어주기 기능을 켜기 위해 스마트폰의 어느 부분을 터치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판매자 입장이 아니라 제품을 사용할 시각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연구 끝에 탄생한 ‘샤인플러스’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다양한 기기 화면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는 것만으로 읽어낸다. 앱과 화면에 나타난 모든 텍스트를 읽어내고 멈추기도 한다. 샤인플러스만의 또 다른 기능은 글자 확대 모드다. 저시력자를 위한 것이다. 박 대표는 “대다수의 시각장애인은 사물의 형태나 색깔 정도는 볼 수 있는 저시력자”라며 “샤인플러스는 음성 지원뿐 아니라 글자 확대도 동시에 가능해 사각지대에 있는 저시력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샤인플러스를 이용하면 저시력자들도 충분히 학습하거나 일할 때 스마트폰 등 안드로이드 기기를 활용할 수 있다. 돋보기를 들고 화면을 봐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이는 본인이 저시력자인 김 이사가 직접 느낀 어려움들을 기술 개발에 반영해 세세한 부분까지 사용자 친화적인 기능들을 담고 있다. 박 대표는 “스마트폰 스크린 리더 외에도 시각장애인용 교육 앱이나 사진 앱 등 25종의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며 “국내외 특허만 13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용 휴대폰, 태블릿 PC, 시계 등 하드웨어를 따로 만드는 보조공학 기기의 가격을 낮춰 많은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일반 제품에 에이티랩의 소프트웨어를 깔기만 하면 한 번에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많은 장애인이 비싼 가격 때문에 첨단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보급해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 그들이 정보 취약계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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