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기도 화성시의 한 택지개발지구 앞 맨홀에서 질식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반항석씨의 유가족은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사고 이후 회사에서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씨의 아버지 반재상(61)씨는 “사고 후 지금까지 회사에서는 경위 설명조차 없었다”며 “아들을 포함해 30대 근로자가 2명이나 죽었는데 진심 어린 사죄도 하지 않으니 울분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2일부터 한 달간 사고 현장 주변에 집회신고를 내고 회사 측의 사과를 요구하기로 했다.
반씨는 “회사 측은 맨홀 작업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올해 막 대리를 단 아들이 아무런 지시 없이 작업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고 후 회사 측이 아들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가 돌려줬는데, 무언가 은폐하려던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숨진 아들 반씨는 4일 오전 10시 18분께 화성시 남양 뉴타운 택지개발지구 아파트 단지 앞 도로 맨홀에서 작업 중 숨졌다.
그는 한 동료(30)와 함께 오는 10월 준공 예정인 택지지구의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상수도 밸브를 시험 가동하는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사인은 저산소증으로 추정됐다.
이 사고를 수사 중인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건설사 안전관리자 최모(51)씨와 현장소장 주모(54)씨 등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장 안전조치 의무를 게을리해 사고를 막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책임이 건설사 측에도 있는 만큼 면밀히 수사해 입건자를 가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족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건설사 관계자는 “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수차례에 걸쳐 충분히 설명했으며, 관련자들은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는 중”이라며 “책임을 통감한 회장과 직원들이 병원을 직접 찾아 유족에게 사과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숨진 반씨는 상수도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평소에도 별도 지시 없이 작업을 했다”며 “휴대전화는 사고 당일 병원으로 가져가 유족에게 돌려줬다”고 덧붙였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