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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리스크에 단기자금 열흘새 6조 늘어

MMDA에 '뭉칫돈'·금값 급등

비트코인 거래도 4배 폭증

북한과 미국의 날 선 대치로 투자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직원이 미니 골드바를 고객에게 내보이고 있다. 위기 때 찾아오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 그동안 거래소에서 하루 평균 50개 정도 팔리던 100g 단위 미니 골드바는 9일부터 250개 안팎으로 팔리고 있다./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저축예금(MMDA)이 지난 열흘 사이 5조원이나 증가하고 머니마켓펀드(MMF)도 8,500억원 이상 늘어나는 등 북한발 리스크 확대로 갈 곳 잃은 시중자금이 단기 상품에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값이 상승하고 최근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디지털 투자 피난처’로 불리기 시작한 비트코인 거래량이 이달 들어 4배 이상 폭증해 가격이 50% 이상 치솟기도 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및 MMDA 잔액이 지난달 말 367조5,186억원에서 10일 372조5,865억원으로 10일 동안 5조679억원 늘었다. 4대 은행 단기자금의 지난해 월 평균 증가액이 3조원 수준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자금 흐름 변화라 할 수 있다.



요구불예금과 MMDA 등 은행의 수시입출금 예금 평균 이자율은 0.15%에 불과하다. 기업 및 가계가 주로 단기 여유자금을 보관하기 위해 사용하는 ‘파킹용 상품’으로 분류된다. 언제든 자금을 빼 쓸 수 있는 대신 정기 예적금 상품에 비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일단 투자보다 돈을 보관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으로 부동자금이 은행 단기자금으로 몰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북한발 리스크에 요동치는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 중 일부가 은행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북한 리스크로 주식시장이 불안한데다 다른 투자처도 마땅하지 않아 일단은 현금을 마련해 은행 단기자금에 넣어두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더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변수도 대기성 자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머니마켓펀드(MMF) 잔액도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일 기준 MMF는 131조5,902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8,564억원 증가했다. MMF는 정부의 8·2부동산대책을 앞두고 주식시장의 풍선효과를 기대하며 지난달 급증했었다. 7월 초 112조원에 머물렀던 MMF는 한달 새 23조원이 늘어나기도 했다. 외국인 매도로 증시가 급락하며 8~10일 소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130조원대를 유지했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이달 들어 1조2,579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해외주식형펀드는 2,065억원 늘었다. 또 국내 채권형은 1조4,511억원 줄었지만 해외채권형은 7,763억원 증가했다. 증시자금은 이달 들어 예탁금·미수금 등이 모두 줄어드는 반면 고객RP매도 잔액만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RP매도는 증권사들이 고객을 대상으로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수시RP 약정이율은 0.9~1.2%, 기간RP는 1.0~1.3% 수준이다. 이달 들어 RP 잔액은 9,615억원 늘었다. 이종우 IB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리스크와 외국인의 차익실현 의지가 맞물리며 예상보다 증시 하락세가 커지자 2차 상승장을 노렸던 증시 주변자금이 머뭇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에도 신규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11일 기준 금은 g당 4만7,210원에 거래됐다. 이는 4월 위기설이 불거졌던 4월20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금값은 지난 한주 동안에만도 3.18%나 급등했는데 주간 상승률이 3%를 넘어선 것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이슈로 안전자산이 강세를 보였던 지난해 7월 초 이후 1년1개월 만이다. 특히 그간 하루 평균 50개 정도 팔리던 미니 골드바가 9일부터는 하루 판매량이 250개로 늘어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거래대금과 가격도 폭증하며 금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인애스에 따르면 13일 오후3시 기준 국내거래소에서 거래된 비트코인 평균 가격은 470만2,512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는 지난달 31일 거래가 313만2,141원과 비교하면 13일 만에 51.38% 급등한 수준이다. 거래대금 규모도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거래대금은 지난달 30일 781억원에서 이날 4,691억원으로 늘었다.

이달 들어 가상화폐 가격과 거래량 증가를 주도하는 곳은 단연 아시아 지역, 특히 한국이다. 13일 비트코인이 가장 많이 거래된 거래소는 한국의 빗썸으로 전체 비트코인 거래의 10.39%를 차지했다. 중국과 일본 거래소까지 합치면 상위 10곳 중 5곳이 아시아 지역 거래소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량 증가와 관련해 최근 불안한 국제정세에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특정 지역의 분쟁이나 경제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체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 추이를 두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다른 디지털 화폐가 금 같은 전통적인 자금 피난처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보리·김흥록·조양준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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