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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거위 깃털도 가려 뽑아야 한다

박현욱 여론독자부 차장





증세는 정권에 리스크다. 거센 조세저항을 일으켜 정권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빌미가 된다. 참여정부의 종합부동산세가 중산층의 표심을 돌려놓아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멀게는 지난 1977년 부가가치세 통합부과에 뿔난 민심이 결국 2년 후 박정희 정권의 종말을 불러왔다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정부도 대놓고 증세를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담뱃세나 연말정산 세액공제 전환처럼 두루뭉술한 증세로 발목을 잡혔다. 중산층, 서민 지갑을 겨냥한 세정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도 이 점을 모를 리 없다. 여권이 소득세와 법인세율 인상을 두고 한창 프레임 전쟁을 벌인 것도 그간 선거에서 경험한 증세 트라우마 때문이다.

서민들의 증세 공포는 일단 잦아들었지만 다음달 국회로 가는 세법개정안을 두고 세금 포퓰리즘 논란은 피할 수 없다. 슈퍼리치 증세로도 일자리·복지 재원을 메우는 데 세수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보편적 증세 요구도 뒤따른다. 정부가 3대 세목으로 꼽히는 소득세·법인세·부가세 가운데 2개를 건드렸으니 국민 개세(皆稅)를 외치는 쪽에서는 남은 부가세에 집착할 공산이 크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당장 하반기 부가세 인상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고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에서도 공연히 분란거리를 만들지 않을 듯하지만 나라의 곳간 사정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지난해 가을 증세는 절대 없다던 전 정권에서 당시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느닷없이 부가세 인상의 운을 떼 증세 논란을 불렀다. 조세저항이 비교적 적은 반면 세수증대 효과가 큰 장점 때문에 부가세 인상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기에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과세 편의로만 따지면 누구나 평등하게 내는 부가세가 보편적 증세의 해답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자가 내는 부가세 1,000원과 일용직근로자가 내는 1,000원이 같을 수 없다. 평등하게 보이나 불평등하다.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하지만 부자랑 같은 부담을 더 지겠다는 기꺼움이란 이 세상에 없다. 부가세만큼이나 이율배반적이지만 보편적 증세를 바라보는 보통사람들의 시선은 그렇다. 부자의 지갑을 두툼하게 만들어야 투자와 소비의 낙수효과를 본다던 지난 10년간의 조세 명분에 대한 반감일지도 모른다.

‘예술적 과세는 거위를 덜 아프게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이다.’ 전 정권의 청와대 경제수석이 인용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17세기 프랑스 총리 장바티스트 콜베르의 말이 최근 다시 회자됐다. 요즘 시대에 납세자를 거위에 빗댄 것도 화를 돋우는 것이나 깃털이 풍성한 거위, 성긴 거위 가리지 않고 같은 양의 깃털을 더 뽑는 것을 예술로 여기는 것도 그 못지않게 거센 저항과 비난을 부를 수 있다.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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