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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에 폭스콘 복병

美내 LCD 공장 설립계획에

트럼프, 세금감면으로 화답

OLED 사업 진출까지 노려





궈타이밍 대만 폭스콘 회장 /연합뉴스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기술(IT) 기기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폭스콘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최대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을 적극 지원하면서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이를 발판으로 삼성전자(005930) 등 경쟁사 견제에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콘은 일본 샤프 인수, 도시바메모리 인수 추진 등으로 위탁생산 기업을 넘어 종합 IT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이 최근 밝힌 ‘플라잉 이글’ 전략은 이런 청사진을 담고 있다. 플라잉 이글은 폭스콘이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지원 △일본의 선진기술 △중국 제조공장 등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IT 업계의 최강자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폭스콘은 이를 위해 미국 제조업 부활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로 트럼프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 등 굵직한 이슈에서 미국의 입김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7월 미국 위스콘신주에 100억달러 규모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장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위스콘신주는 폭스콘 공장에 대한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의 세금감면 혜택으로 화답했다. 폭스콘은 미시간주에서도 자동차 관련 투자를 이어가기로 했다. 높은 인건비를 감당하더라도 미국과의 밀월을 강화하겠다는 노골적 구애인 셈이다. 일자리 마련에 혈안이 된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도 반가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 폭스콘이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를 노골화하고 있는 점이다.

우선 폭스콘은 SK하이닉스(000660)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 저지에 나섰다. 당초 SK하이닉스는 도시바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며 낸드플래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한발 앞서 갔다. 하지만 폭스콘이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을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 기업의 낸드 점유율이 50%를 넘어선다는 이유로 미국의 반대를 요구했다. 아니나다를까 인수전도 묘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상황이 꼬이고 있다. 도시바가 SK하이닉스 이외에 미국 웨스턴디지털, 폭스콘과도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콘이 만약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성공하고 치킨게임 식 투자를 단행할 경우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폭스콘이 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스플레이 관련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도 삼성전자 등 국내 TV 사업자에 위협이 되고 있다. 폭스콘은 미국 내 LCD공장 투자뿐 아니라 이미 중국과 대만에서 대규모 LCD공장을 갖췄다. 더욱이 디스플레이 강자인 샤프 인수 이후에는 제품 경쟁력도 대폭 강화돼 LCD TV 시장 점유율이 올 1·4분기 9위에서 2·4분기 4위로 올라섰다. 최근에는 일본 재팬디스플레이 인수 의사를 내비치면서 LCD뿐 아니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진출도 꾀하고 있다. 폭스콘은 이외에 의료수술기기 정밀화, 산업용 빅데이터·클라우드·보안 사업 등으로도 전방위 확장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폭스콘의 기술 수준은 아직 한국 기업에 한참 못 미치지만 막대한 자금력과 미국 정부의 지원 등으로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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