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소속 구축함이 싱가포르 해상에서 유조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구축함이 아시아 해역에서 대형상선과 충돌사고를 일으킨 것은 지난 6월에 이어 올 들어서만도 두 번째다. 북핵·미사일 시험으로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잔뜩 고조된 가운데 북한발 탄도미사일의 방패로 기능해온 미 해군의 주력 전투함이 연이어 사고를 내면서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미 해군의 공식 발표와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5시24분 싱가포르 동쪽 믈라카 해협에서 미 해군 7함대 소속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인 ‘존 S 매케인’함이 라이베리아 국적의 유조선 알닉MC와 충돌해 최소 10명이 실종되고 5명이 부상했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미 해군의 주력 전투함으로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춰 대양에서 독자적으로 작전을 펼 수 있다.
미 해군 7함대는 “존 S 매케인함은 좌현 선미 부분이 파손됐지만 자체 동력으로 싱가포르 항구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며 “부상자 5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충돌한 유조선은 1만2,000톤의 석유를 운송 중이었으나 선체 일부가 파손됐을 뿐 사상자나 기름 유출은 없었다고 싱가포르 당국은 설명했다. 현재 싱가포르 해군과 해안경비대는 미 해군과 공동으로 구조와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충돌사고는 지난 6월17일 일본 시즈오카현 인근에서 미 해군 소속 피츠제럴드 구축함이 필리핀 국적의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7명의 사망자를 낸 지 약 두 달 만에 발생해 미 해군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사고를 일으킨 두 구축함 모두 북한발 탄도미사일의 방패로 기능해온 7함대 소속 함정이라는 점에서 군사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CNN 군사분석가인 릭 프로코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총 4척의 이지스함이 필요하지만 이 가운데 2건이 문제가 된 셈”이라며 “이번 충돌로 7함대의 리더십, 더 나아가 미 해군 지도부가 격렬하게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요코스카항을 모항으로 사용하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함정이 사고를 낸 것은 올 들어 벌써 네 번째다. 1월에는 제7함대 소속 미사일 순양함 앤티텀이 일본 도쿄만에서 좌초해 선체가 파손됐고 5월에는 순양함 레이크채플레인이 한반도 작전 중 소형어선과 충돌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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