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한중 관계가 어려워졌지만 지난 25년간의 우호관계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입니다.”
중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연구가인 선즈화(67) 화둥사범대 교수는 23일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와 한반도 사드 이슈로 난관에 부딪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정부가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중국, 중국·러시아 관계사의 권위자로 최근에는 사드 등 한반도 이슈와 관련해 중국 정부에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선 교수는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가 “한중 관계에 갈등을 일으키며 북한에 도움을 주는 적절하지 못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선 교수는 사드 이슈가 불거진 지난 3월에도 한 공개강연을 통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모습은 이치에 맞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미국과 북한이 정확히 희망하는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중국에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조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학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당시 강연에서 “북한은 잠재적 적이고 한국은 친구일 수 있다. 한중 갈등은 적이 중국에 바라는 일”이라는 견해를 밝혀 주목받은 선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북한과 중국은 동상이몽이 된 지 오래”라며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북중 관계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중 수교 25년간 양국의 경제교류는 크게 확대됐지만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중 관계는 지난 25년간 이례적으로 급속한 발전을 보였다. 다만 양국의 관계는 북중·중미 관계와 한반도 이슈 등 여러 갈등요인으로 인해 현재 구조적인 어려움에 부딪쳤다. 양국 사이에서 무엇보다 걸림돌이 되는 것은 사드 갈등이다. 하지만 과거 25년간 이뤄온 우호적 관계 발전과 양국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볼 때 장기적으로 한중 관계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 불안과 미중 관계 냉각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북한의 도발로 한중 사드 문제 해결이 힘들어지고 있는데.
△현재 사드 이슈가 한중 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면을 보면 사드 자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중국에서는 사드의 레이더 탐지 기능을 언급하면서 사드 배치가 중국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근본적으로 사드가 중국에 새로운 위험요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중국이 사드에 대해 현재 방식대로 처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민정서를 이유로 한국 기업을 문제 삼는 것은 한중 관계에 갈등만 일으키고 북한에 도움을 주는 적절하지 못한 대응이다.
-양국 관계가 개선되려면 결국 사드 문제에 대해 양국이 조화로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물론이다. 사드 이슈가 해결되면 양국 관계는 크게 개선될 것이다. 다만 중국 정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 어려운 숙제를 풀려면 양국이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대화를 지속하려는 노력을 통해 서로의 시각차를 좁혀나가면 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한중 관계는 남북은 물론 미중·한미일 관계까지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이슈다. 복잡한 한반도 외교·안보 정세에서 양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한반도 이슈는 물론 한중 관계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북중 관계의 경우 북한은 중국에 잠재적 적국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과거 북중 혈맹 개념은 사실 만들어진 신화에 가깝다. 외교전략 차원에서 중국과 북한이 정치적으로 일치성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양국 관계는 사실상 동상이몽이 된 지 오래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중 관계도 과거가 아닌 현재 상황에 맞게 풀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 문제도 풀린다.
-최근 한국에서도 출간된 ‘최후의 천조’라는 저서에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언제나 친밀하고 우호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라고 묘사했다.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 시대에 북중 관계가 항상 친밀하고 우호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마오쩌둥이 김일성을 지도자 위치에서 축출할 것을 고려하면서 충돌하기도 했고 1970년대 후반부터 중국과 북한의 특수관계는 점차 사라졌다. 특히 중국과 미국 관계가 정상화되면서 북한과 중국의 외교전략에 틈이 커졌고 중국의 개혁개방은 북중 경제관계가 하강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면서 북중동맹의 정치적 기초는 완전히 허물어졌다. 중국과 북한의 역사 관계는 정상적인 국가 관계라 할 수 없고 현대적 의미에서 보면 성숙하지 못한 국가 관계라고 표현할 수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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