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일부 주요 대학들이 부족한 교육재정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들의 등록금을 국내 학생들에 비해 2~5배가량 올려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대부분인 정원 외 인원은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외국어대는 올해 2학기 외국인 대학생 등록금을 8% 인상했다. 학과별로 차이가 있지만 등록금 인상액으로는 26만~27만원선이다. 한국외대의 한 관계자는 “다른 대학은 이미 1학기에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올렸지만 외대는 뒤늦게 올린 것”이라며 “외국인 학생 대상 장학금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올해 초 경희대는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7%, 건국·한양·중앙대는 5%, 숭실·동국대는 3% 인상했다. 등록금 인상률이 1.5% 이하인 국내 학생과 비교해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 이상 높은 편이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대학 등록금 인상률 상한을 1.5%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이 규정이 정원 외 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이 대부분인 정원 외 학생의 등록금은 딱히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교육부가 정원 외 학생은 등록금 인상률 상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대학에 보냈다”며 “그 이후 대학들이 재정을 일부나마 보전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대상 등록금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고 말했다. 유학생 등록금 인상을 통해 대학 재정 부족분의 일부분이나마 메울 수 있도록 교육부가 길을 터준 셈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부당한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외대 외국인 학생들은 과도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 외대 중국인 유학생 A씨는 “학교에서는 등록금을 올려서 장학금을 준다는데 학생들한테서 돈을 걷어 장학금을 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외국인 학생에 대해서만 등록금을 올리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 B씨는 “등록금이 또 올라 부담스럽다”며 “이 돈을 지불하고 공부를 계속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학생을 모든 면에서 동일하게 대우하기는 어렵다”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정자 교육부 교육개발협력팀장은 “외국 대학의 경우 유학생 등록금이 내국인보다 2배 이상 비싼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유학생이 내국인과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지만 등록금까지 일치시킬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김능현·최성욱·신다은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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