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보미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날 다시 깨웠죠"

JLPGA 시즌 첫 승 이보미 인터뷰

어머니·팬 응원에 슬럼프 탈출

부진 털고 日 데뷔 후 통산 21승

오늘 KLPGA 하이원 女오픈 출격

"통산 30승·도쿄 올림픽이 목표"

이보미가 23일 인터뷰 중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숙소에서 혼자 울 때도 많았죠. 그만큼 심적인 압박이 심했어요.”

이보미(29)는 얽힌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던 올 시즌을 돌아보며 고개를 떨궜다. 지난 20일 캣 레이디스 대회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이보미는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18개 대회에서 우승 없이 컷 탈락만 세 차례. 공동 3위 한 번을 포함, 톱10 진입 다섯 차례에 상금랭킹 21위면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볼 수 있지만 상금퀸과 올해의 선수상을 2년 연속 독식한 이보미에게는 심각한 부진이었다.

긴 부진의 터널을 지나 시즌 첫 승이자 지난 2011년 일본 무대 데뷔 이후 통산 21승째를 거둔 이보미를 23일 강원 정선의 하이원CC에서 만났다. 이보미는 24일부터 나흘간 이곳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 출전한다. 상금랭킹 1위 김지현,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김예진과 1·2라운드에서 같은 조 맞대결을 벌인다.

이보미는 “시즌을 앞두고 훈련을 게을리한 건 아니지만 ‘무엇을 목표로 뛰어야 하나’라는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올라가기만 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 내려올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시기인가’ 하는 고민이 생겼어요. 근데 주변의 기대와 믿음은 지난해 이상이고…. 심적 부담감이 엄청나더라고요.”

마음이 어지러우니 몸도 따라주지 않았다. “은퇴를 생각할 정도로 샷이 불안해졌고 체력도 떨어졌어요. 돌이켜보면 정신적으로 나약해졌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보미는 “골프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 겪어보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다 내려놓고 싶은데 그럴수록 더 강해져야 한다는 주변의 말들이 야속하게 느껴져 눈물을 쏟을 때도 많았다고.



이보미를 일으킨 것은 어머니와 팬의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대회장 안팎에서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어머니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주문 대신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왔다”고 딸을 다독이며 그저 기도로 응원했다. 또 어떤 팬은 “우승컵을 드는 모습만 보고 싶은 게 아니다. 고민하고 슬퍼하는 감정들까지 공유하는 것 자체가 팬으로서 좋을 뿐”이라는 말을 건넸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이보미는 첫 단추부터 다시 끼우기로 했다. 골프 선수에게 거의 유일한 휴일인 월요일에도 아침6시30분에 일어나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렸다. 트레이너·매니저·캐디에게 의견을 구하며 한 계단씩 밟아나갔다. 몸에 힘이 붙으면서 집 나갔던 샷 감도 돌아왔다. 13일 NEC가루이자와 대회에서 둘째날 3언더파, 마지막 날 6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7위에 오른 것. 이보미는 그다음주에 바로 3타 차 완승을 신고하면서 상금 16위(3,760만엔)로 올라섰다.

출발이 다소 더뎠기 때문인지 이보미의 올 시즌 목표는 ‘소박’하다. “다치지 않고 한 번 더 우승하는 것.” 대신 일본 통산 30승과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이라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30승을 채우면 JLPGA 투어 영구 시드권을 얻는다. 도쿄올림픽은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대회라 더 애착이 강하다. “21일에 서른 살(한국 나이) 생일을 맞았거든요. 선수생활의 내리막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분명한데 서서히, 멋지게 내려가는 게 중요하죠. 그런 과정에서 30승과 올림픽 출전은 큰 동기 부여가 될 것 같습니다.” 일본 투어는 미국에 비해 세계랭킹 포인트 배점이 낮아 올림픽 참가를 노리기에 불리한 면이 있지만 협회 차원에서 배점을 높이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결혼 얘기가 나오자 웃음이 터졌다. “서른 살이 되니까 확실히 결혼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근데 선수생활도 계속하고 싶고 가정에도 충실한 아내이고 싶은데 둘 다 가능할까요? 아, 연애도 못 하면서 벌써 이런 걱정을 하고 있네요.”

/글·사진(정선)=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관련태그
#KLPGA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