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경제를 각각 지휘하는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잭슨홀 심포지엄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 세계 경제 당국자들과 시장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미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이 24일(현지시간)부터 26일까지 개최하는 잭슨홀 미팅은 올해 ‘역동적인 글로벌 경제 조성’을 주제로 40여개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참석해 머리를 맞댄다.
올해 회의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 정상화가 본격 논의될지 여부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전 세계 주요 경제권이 동반 성장세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나 경제 정상화에 이은 통화정책 정상화 논의에 무게가 실릴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미국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여부와 ECB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옐런 의장은 ‘금융 안정’ 주제의 연설을 할 예정으로 연준이 오는 12월 당초 고려한 대로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에 관련된 단서가 나올지 여부가 관심사다. 지난 7월 연준의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위원들 간에도 물가 상승과 이를 둘러싼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월가는 최근 연내 금리 인상이 미뤄지고 보유자산 축소만 이뤄질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미 정상화 단계에 돌입한 연준의 통화정책이 예측 가능하게 움직이면서 시장 관계자들은 옐런 의장보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근 유로존의 경제 회복세가 특히 가시화하면서 드라기 총재는 6월 ECB 연례 포럼에서 긴축을 암시하는 발언을 해 국채금리가 치솟고 유로화가 강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드라기 총재가 ECB의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등에 관한 중대한 조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앞서 한 외신도 드라기 총재가 잭슨홀 미팅에서 통화정책 변경을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드라기 총재도 23일 독일에서 “통화정책 조정이 쉽지 않다”고 밝히며 이 같은 예측에 힘을 실었다.
세계 양대 경제권 수장이 참석하는 잭슨홀 미팅에서 예년과 같은 파격적인 정책 전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미국·유럽, 아시아 등이 동반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 경제가 순항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WSJ는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적하는 주요 45개국이 올해 성장궤도에 올랐으며 이들 국가 중 33개국은 지난해부터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3.5%, 내년 3.6%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를 겪은 그리스와 브라질도 회복세가 최근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저금리 기조에 너무 공격적인 변화를 시도할 경우 성장세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이번 회의가 기존 정책을 흔드는 데 맞춰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경제 개선세와 발맞춰 통화정책도 정상화 수순을 가속화해야 추후 급격한 긴축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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