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지난 6월부터 꾸준히 보내왔던 긴축신호는 물론 인상 가능성에 대한 소수 의견도 없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변화 등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외경제 전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금리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의 설명대로 최근 상황은 2~3개월 전에 비해 나빠졌다. 금리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경기 상황의 뚜렷한 개선세’는 약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꺾였고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5월 이후 내림세다. 올 상반기 경기 회복세를 떠받쳐온 수출과 투자도 안심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의 ‘8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을 보면 7월 수출은 9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물량지수 상승 폭은 9개월 만에 가장 낮았고 선박·반도체·석유화학 등 주력품목 쏠림 현상도 여전했다. 투자도 꺾였다. 이날 통계청이 밝힌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5.1% 줄어 올해 2월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1,400조원 가까이 불어난 가계부채도 부담이다. 한은은 국회 현안보고에서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의 부채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들 취약계층의 빚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통위는 다만 금리 인상의 불씨는 꺼뜨리지 않았다. 이 총재는 불확실성 증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실물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갔다”면서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상황이 총량 면에서 매우 높은 수준에 와 있어 통화완화 기조를 장기간 지속하면 여전히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긴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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