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 정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나서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이르면 이번주 한미 FTA 협정 ‘폐지(withdrawal)’를 위한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특히 이틀 전 우리 정부의 숙원이었던 미사일 협정 개정에 합의해준 뒤라 통상당국도 개정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허리케인 ‘하비’로 피해를 본 텍사스주 휴스턴을 방문해 기자들이 ‘한미 FTA 폐기 문제를 참모들과 논의할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며 “이 문제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준비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한 뒤 기자들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해 협정에 남는 결정을 할 수 있지만 FTA 폐기를 위한 내부 준비는 많이 진척됐으며 공식적인 폐기 절차를 이르면 이번주에 시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과 5일 한미 FTA 폐기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절차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개정 협상도 시작될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공동조사 없이는 개정 협상도 없다”며 미측 대표단을 돌려보냈지만 이제 개정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 1일 통화하며 미사일 협정을 우리나라가 희망하는 수준으로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낸 만큼 우리도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개정 협상에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혀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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