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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모 아이티센 회장 "CD 콘텐츠로 사업 눈 떠..발로 뛰며 HW부터 SW까지 개척했죠"

■ CEO&STORY





신입사원 때 ‘퀵 잉글리쉬’ 발굴..당대 최고 교육 콘텐츠 꼽혀



지금은 인터넷이나 이동식 기억장치(USB) 등을 통해 파일을 주고받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최고의 데이터 보관소는 콤팩트디스크(CD)였다. 모든 데스크톱 PC에는 반드시 CD의 데이터를 읽어 들일 수 있는 ‘CD-ROM’ 드라이브가 있었다. 음악과 영상·게임 등 모든 콘텐츠가 CD를 통해 유통됐다.

대학에 물리학과로 입학했는데도 전공 수업보다 프로그래밍 언어 수업을 더 많이 듣던 강진모(49·사진) 아이티센 회장에게 CD는 인생에서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준 존재다.

순수과학보다는 정보기술(IT) 분야에 흥미를 느낀 그가 대학 졸업을 앞둔 지난 1993년에 처음 입사한 곳은 김익래 회장이 설립한 ‘1세대 벤처기업’ 다우기술(023590). 당시 다우기술은 해외의 유명 CD 콘텐츠를 들여와 판매하면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음성과 문자, 그림, 동영상 등의 다양한 형식이 혼합된 ‘멀티미디어’라는 개념이 이제 막 출현하던 때였다. 신입사원이던 강 회장도 새로 시장에 출시할 CD를 발굴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그의 눈에 띈 것은 일본 출판사에서 만든 영어교재 CD ‘퀵 잉글리쉬’. 그의 ‘사수’ 역할을 하던 선배 직원이 퇴사하면서 기획과 마케팅, 영업, 광고 배분까지 모두 강 회장의 몫이 됐다. 매일 같은 야근에 퇴사 생각이 들기도 했던 시절이지만 강 회장은 모든 것을 끝까지 혼자 소화하며 ‘퀵 잉글리쉬’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그리고 ‘퀵 잉글리쉬’는 동아출판사의 ‘오성식 생활영어’와 함께 최고의 교육용 콘텐츠로 꼽히며 히트를 쳤다. 신입사원이 제대로 ‘사고’를 친 셈이다. 강 회장은 “일반 대기업 신입사원이라면 해볼 수 없는 다양한 업무를 불과 1~2년 사이에 소화하면서 사업가로서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회고했다.

PC에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초기 PC 프로그램 중에서도 강 회장이 해외에서 들여온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음성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 ‘리얼 오디오’다. 지상파 방송사가 1990년대 중반 라디오 방송을 인터넷으로 송출할 때 주로 사용했던 프로그램이다. 그는 “인터넷에서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새로운 프로그램과 기술이 빠른 주기로 나타나던 시절이어서 매우 많은 것을 배웠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콘텐츠나 플랫폼을 발굴해 해외에서 들여올 때마다 ‘대박’을 쳤던 그가 IT 호황기에 창업에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순서였다. 다우기술 출신 4명이 뭉쳐 ‘K팀’이라는 법인을 만들어 해외 기업의 IT 솔루션을 국내 기업에 공급했다. 특히 웹 사이트를 분석해주는 시스템인 ‘웹트렌즈’를 처음 들여와 인기를 끌었다. 강 회장과 공동창업자들도 웹트렌즈 공급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

위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PC 게임과 애니메이션 콘텐츠 유통 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는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를 강타했다. 소비가 얼어붙자 인터넷과 콘텐츠에 돈을 쓰는 소비자도 급격히 줄었다.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강 회장과 공동창업자들은 일찌감치 사업을 정리했다.

네트워크 장비도 직접 영업..영문 매뉴얼 외워 설치·수리까지



그래도 CD 콘텐츠 전문가라는 명성이 남아 있어 그를 부르는 기업은 많았으나 다우기술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희수 대표가 만든 셋톱박스(방송수신기) 장비 업체 열림기술에 합류했다. 강 회장은 “김 대표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보라’면서 판을 벌여주고 지원해준 덕분에 열림기술 내부에서도 ‘1인 별동대’처럼 여러 사업을 구상했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열림기술에서는 장비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초고속 인터넷이 각 기관 등에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네트워크 장비가 들어가던 때였다. 강 회장은 미국 휴렛팩커드(HP)의 네트워크 장비를 들여와 영업을 시작했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생각보다 성과가 좋지 못했다. 사무 처리를 돕는 직원 한 명과 단둘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네트워크 장비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에 제대로 영업활동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네트워크 장비의 영문 매뉴얼을 암기할 정도로 공부하고 직접 설치하고 수리해가면서 역량을 키웠다.



특히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 교육청에서 학내 전산망 구축에 나선 것이 강 회장에게는 큰 사업 기회가 됐다. 이미 콘텐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강 회장은 학교에 네트워크 장비 설치를 제안하면서 학교 쪽에 각종 교육교재 관련 솔루션도 제공했다. 늘 새로운 교육 방식을 고민하는 학교 선생님들이 다른 경쟁사보다 강 회장에게 끌렸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강 회장은 “경기도를 비롯해 충청·영남 지역의 학교를 돌면서 프레젠테이션(PT)만 100번 이상은 진행한 것 같다”며 “사업 기회를 잘 찾아 들어간 덕분에 프로젝트 첫해에 매출 100억원이라는 성과를 낸 셈”이라고 설명했다.



열림기술이 사업을 점차 확장하면서 강 회장에게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열림기술은 소프트웨어(SW)를 비롯해 창업 투자 사업 등까지 영역을 넓힌 상태였는데 셋톱박스 사업은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으로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했다. 강 회장을 열림기술로 데려왔던 김 대표는 독립을 제안했다. 회사가 더 어려움에 빠지기 전에 따로 법인을 꾸려 사업을 이어가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강 회장이 열림기술의 네트워크 장비 사업을 떼어 나와 2005년에 세운 기업이 아이티센이다.

IT 벤처 업계에서는 나름대로 명성이 높았던 열림기술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업을 시작하려니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한 IT 솔루션 사업은 이미 대기업 계열사가 주도권을 쥔 상황이어서 아이티센은 공개입찰을 통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공공 분야에 집중했다. 삼성SDS와 LG CNS 등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체와 손잡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고 IT 인프라를 깔아주는 사업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강 회장은 “아이티센은 고객이 IT 장비 설치 비용을 낮추면서 제한적인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확실한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노력했다”며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놓으니 대기업 SI 업체와도 대등한 관계에서 협업하는 게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티센 중견기업으로 일구며 공공 정보화 사업 수주 1위로



이제 설립 12년이 넘은 아이티센은 어느덧 계열사 5곳을 거느린 매출액 2,737억원(지난해)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공공 정보화 사업 분야에서는 지난해 1,961억원의 수주액으로 업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주목받는 기술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신규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 분야에서 사업에 성공하려면 안정적인 보안 시스템이 필수적이기에 관련 계열사(시큐센) 인수 작업도 지난해 마무리했다. 강 회장은 “IT 시장의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사업을 추진할 계열사를 확보해놓은 만큼 앞으로는 해당 분야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것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아직도 직접 아이티센과 계열사의 재무제표를 하나하나 뜯어본다. 내부 임직원이 보고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본인 관점에서 현재의 재무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어떻게 전략을 짤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직접 영업활동에 나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영습관은 다우기술의 김 회장과 열림기술의 김 대표를 통해 체득했다는 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임직원에게 업무를 믿고 맡기면서도 경영인이 자신만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현장을 직접 뛰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두 선배 기업인 밑에서 근무하면서 확실하게 배웠다”면서 “앞으로도 임직원이나 제3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역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 세대를 위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강 회장은 그동안 생각해온 게 있었던 듯 주저 없이 조언을 쏟아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으려는 목적이라면 공공기관이나 일반 대기업에 진출하는 것을 말리지 않고 싶습니다. 다만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에서 몇 년이라도 일해보는 것을 권유하겠습니다. 대기업에서 별다른 역할을 맡지 못하고 ‘부품’이 되는 것보다는 작은 기업에서 여러 일을 주체적으로 수행해보면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확신합니다. 저 역시 이런 기회를 통해 사업의 계기를 마련했으니까요.”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68년 서울 △1987년 서울 선정고 △1994년 아주대 물리학과 △2011년 연세대 공학대학원 공학경영석사 △2016년 연세대 기술정책 박사과정 수료 △1993년 다우기술 △1998년 열림기술 이사 △2005년 아이티센 대표 △2016년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ITSA) 회장 △2017년 아이티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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