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후 기업공개(IPO)시장은 반도체 업체를 비롯해 게임과 저비용항공사(LCC), 드라마 제작사 등 다양한 업종이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반도체 업종이 ‘울트라 슈퍼 사이클(장기호항)’에 올라서며 신규 상장 기업 3곳 중 1곳이 반도체 기업이었던 상반기와는 다른 모습을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한미약품 사태 이후 주춤했던 제약·바이오 업체도 4차 산업혁명과 바이오 의약품 개발 열기로 잇따라 코스닥 상장에 대열에 뛰어들어 올해 마지막 IPO시장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그만큼 ‘골라 투자할 종목’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첫 출격은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으로 유명세를 떨친 펄어비스다. 상장 후 펄어비스의 예상 시가총액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국내 5번째로 큰 게임주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국내시장보다 해외에서 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펄어비스의 핵심 게임으로 꼽히는 검은사막은 지난 7월 일본과 대만 온라인 게임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고, 북미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지난 상반기 최대어로 꼽히던 넷마블게임즈(251270)에 이어 또다시 굵직한 게임업체의 등장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항공(089590) 이후 소강상태에 들어간 LCC 상장에 계보를 잇는 진에어도 유가증권상장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진에어는 한진칼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진에어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30.3% 성장한 4,239억원, 영업이익은 132.5% 개선된 46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21.7% 증가한 3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6.2%에서 올 상반기 11.0%로 4.8%포인트 개선됐다. 예상 시총규모만도 1조원을 훌쩍 넘는다. 상장에 성공할 경우 주식시장 진입을 노리는 LCC업체들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CJ E&M 자회사인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도 1조원 가량의 시총 규모를 예고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M에서 지난 5월 드라마사업부를 분할해 신설한 회사로 ‘또 오해영’과 ‘굿와이프’에 이어 ‘도깨비’ 등을 제작했다. IPO에 앞서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대장금과 선덕여왕, 뿌리깊은나무 등을 집필한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소속된 KPJ를 150억원에 인수했고,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 등이 소속된 문화창고와 ‘태양의 후예’의 김은숙 작가가 속해 있는 화앤담픽쳐스를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제약·바이오업체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동구바이오제약, 코오롱그룹 자회사 티슈진, 바이오벤처기업 비트로시스 등이 연내 상장을 준비중이다. 하반기 최대어로 꼽힌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의 성공적인 증시 입성에 따라 업종 전체적인 자신감도 높아졌다. 지난해 47년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한 동구바이오제약은 피부과 처방 1위 업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티슈진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인보사를 개발해 일찍부터 주목 받았다. 인보사는 무릎을 절개하지 않고 관절 마디에 직접 주사를 투여해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오는 이달 중 정식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티슈진의 기업가치가 최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가을 IPO시장은 다양한 업종들이 등장하며 풍성한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장 기업 수 자체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공모금액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전체 공모금액은 9조8,255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역대 최대 IPO인 삼성생명이 상장했던 2010년(10조907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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