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인구 고령화와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 해법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규제 개혁·혁신 장려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7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IMF, 피터슨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라가르드 총재는 “아시아는 다양한 문화와 국민의 에너지, 창의력 등을 기반으로 경제적 미래의 토대를 견고하게 쌓아왔다”면서 ”한국은 ‘중진국 함정’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서 자체적으로 번영하는 선진 경제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새로운 취약성에 맞닥뜨려 또 하나의 경제 변혁을 시작하는 시점에 와 있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한 도전 과제로 높은 기업 부채와 보호무역주의 리스크,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둔화를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특히 한국 경제가 급격한 고령화로 노동력이 줄면서 생산성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은) 빠른 고령화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까지 낮아질 수 있다“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첫 번째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어 ”한국은 노동시장의 젠더 갭(성 격차)을 줄이면 국내총생산(GDP)을 10% 높일 수 있다“면서 ”맞벌이 가구(이차소득자)에 대한 과세 개혁, 보육 혜택 강화, 파트타임에 대한 세제혜택 제공 등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라가르드 총재는 “경제 성장의 혜택을 더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면 소비 주도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면서 한국을 바람직한 사례로 꼽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최근 국회가 노인 기초연금, 직장을 구하는 청년들에 대한 보조금, 실업수당을 더 높인 예산을 승인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라가르드 총재는 무엇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태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산성이 급속히 둔화됐다”며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전의 생산성 증가율 흐름이 이어졌다면 현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GDP 수준은 지금보다 9% 더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리고, 인프라와 교육 개혁, 직업 훈련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기업가 정신을 장려하기 위해 지나친 규제를 줄이고 혁신 벤처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호무역주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무역은 기술 혁신의 공유를 촉진하고, 기업들이 신기술과 더 능률적인 사업 방식에 투자하도록 자극한다”면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한국의 속담을 인용해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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