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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단독인터뷰①]조영남, “오페라 ‘청’ 출연...의리라고 볼 순 없어”

대중가수 조영남이 클래식 무대에 오른다. 바로 오는 11월 7일과 8일 양일간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무대에서 펼쳐지는 ‘세계4대오페라축제’ 참가작 오페라 ‘청’에 출연하는 것. 조영남의 우정출연은 클래식 무대의 엄격함을 부수고 희극적 요소와 대중성을 극대화시킴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

예술적 재능이 풍부한 조영남은 가수, 화가, 방송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펼쳐왔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으로 대중 음악인의 길을 걸어온 가수 조영남은 ‘딜라일라’(1968),‘제비’(1970), ‘화개장터’(1988)등으로 관객을 만나왔다. 사실 조영남의 음악 원천은 클래식이다. 첫 오페라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그를 청담동 자택에서 만났다.

조영남이 세계4대오페라축제 참가작 오페라 ‘청’에 우정출연한다./사진=조은정 기자




=오페라 ‘청’ 출연 제안에 흔쾌히 수락했다고 들었어요.

▲ 가온오페라단 대표인 테너 강훈씨가 제안해서 흔쾌히 하겠다고 했지. 강훈씨가 내 음악회에 출연했던 것처럼, 나 역시 강훈씨 작품에 출연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금방 오케이했지.

=그렇다면 강훈 대표에 대한 의리가 우선이었다는 말인가요?

▲ 의리라고 볼 순 없어. 사람이라면 해야 하는거야. 우리가 ‘의리’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데, 사실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의리’야. 그리고 ‘솔직하게 말해서’ 이런 말도 싫어하지.

=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면 해야 하는 건데 티를 내서 말하는 사람을 싫어하다는 뜻이죠?

▲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아서 (하나 하나 설명해야 해서)갑갑한데, 바로 알아들으니까 참 편하다. 의리는 찾아서 될 게 아니야. 우리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지.

=선생님의 첫 오페라 출연이란 점에서도 화제가 될 듯 해요.

▲ 대학교 다닐 때 했었어. 오페라 ‘잔니스키키’ 주인공을 했으니까 첫 오페라는 아니지. 그 후 오페라는 못했지. 곧장 대중가요계로 나왔으니까 기회가 없었지.

=서울대 성악과, 한양대 성악과 2곳 모두에서 성악을 배우신거죠?

▲한양대학교를 2학년까지 다니다가 서울대 음대로 간거지.

= 오페라 ‘청’에서 어떤 역으로 출연하시는지요?

▲ 이번은 대단한 역할이라고 말하기 보단, 우정출연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표현할까. 내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공개 여부는 연출가랑 논의해봐야 해. 오페라에서 뭘 부를지는 아직 연구 중이야.

=오페라 공연은 자주 보러 가세요? 오페라의 대중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 가끔 보러가긴 해. 오페라 쪽은 애를 먹고 있긴 하지. 관객이 없다고. 뮤지컬이 대중화된 이후로 오페라에 대해선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평이 많이 나왔잖아. 고급예술이란 게 흥행이 잘 안되니까 힘들 수 밖에 없어. 오페라는 고전음악이라는 어려운 음악이 뒤에 깔리니 쉽지 않지.

=JTBC 팬텀싱어 시즌 2에서 활약 중인 전태원씨도 출연한다고 들었어요. 대중가수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오페라 마니아가 아닌 일반 관객들도 오페라 공연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 표 파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겠지. 오페라 팬들이 늘어나길 바라고는 있어. 국립오페라단 ‘동백꽃 아가씨’에서 채시라씨가 변사 역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현대적인 걸 가미해서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는 오페라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 치는거지.

/사진=조은정 기자


/사진=조은정 기자


/사진=조은정 기자


=성악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있으실지요?

▲ 이탈리아 성악가인 안드레 보첼리(Andrea Bocelli)를 좋아해. 앞이 안 보이는 장님가수이긴 한데, 노래를 제일 잘하지. 오페라부터 일반대중음악까지 소화해 내는 가수 중 제일 잘 한다고 생각해.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클래식계 테너 중엔 최고였지. 반면 플라시도 도밍고가 크로스 오버 노래인 ‘퍼햅스 러브’에 성공한 것처럼 하지는 못했어.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음악 모두를 다 잘한 게 바로 보첼리야. 보첼 리가 테너 노래를 부를 땐 내가 볼 때는 파바로티나 호세 카레라스, 도밍고보다 잘 했어. 어떤 노래도 완벽하게 잘 하는 가수지. 그래서 난 생리적으로 보첼리를 제일 좋아하게 됐어.



=명곡 향수를 부르신 국내 성악가 박인수 선생님도 좋아하시겠네요.

▲ 국내에선 박인수 선생님을 좋아하지. 굉장히 용기있는 형이지. 당시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잖아. 그 뿐 아니라, 이동원씨랑 멋있게 ‘향수’를 소화해냈잖아.

=국내 오페라 공연에서 재미있게 보신 작품이 있으세요?

▲ 좋은 질문이다. ‘그대의 찬 손’ 노래 나오는 국립오페라단 작품을 재미있게 봤어.

= 푸치니의 ‘라보엠’ 말씀하시는거죠? 국립오페라단에서 했던 ‘라보엠’이라면 여러 번 공연 된 마르코 간디니 연출작품 말씀 하시는거죠?

▲ 외국 연출이 했던 게 맞아. 무대 장치가 새롭고, 막 전환을 잘 해서 인상이 남았어. 연출가가 장면 장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아이디어가 좋더라구. 그래서 좋았던 것 같아.

=막과 막 사이에 ‘쿵쾅’ ‘쿵쾅’ 전환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막 전환 시간이 들어오면, 재미있게 보다가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렇지 않았던 오페라여서 저 역시 좋았어요. 선생님이 오페라 연출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 오페라 연출을 해보고 싶어. 옛날부터 그 생각을 했어. ‘토스카’, ‘라트라비아타’ 등 대부분 일상적인 걸 노멀하게 연출하는데, 우리나라 연출 작품 보면 재미가 없어. 특히 주역 성악가들은 물론 합창단의 움직임이 너무 없어. 합창단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역할을 만들어주고 싶어. 장면 장면이 잽싸게 넘어갈 수 있도록, 기술을 발휘해서 압축시켜서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

=곧 선생님이 연출한 오페라를 볼 수 있을까요?

▲ 두고 봐야지. 연출이 종합예술이잖아. 사방을 한 눈에 볼 줄 아는 연출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조건을 다 갖춘 연출자를 찾기가 쉽지 않지. 난 음대 다닐 때, 서울대 음대서 오태석 연출을 초청해서 공연 올린 걸 옆에서 봤어. 당시엔 오태석 연출이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을 때지. 그때 연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운거지. 나도 몰랐는데, (극단 목화)의 오태석 연출이 우리나라 최고의 연출가가 돼 있더라구. 그 분이 오페라 연출을 해도 좋을 것 같아.

=건강은 괜찮으세요? 노래를 계속 부르시려면 체력관리도 빼놓을 수 없을텐데요.

▲ 노래나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선 반드시 체력관리를 해야지. 맞아 제일 중요한 일이지. 운동이라기 보단 자전거를 자주 타는 편이야. 2시간가량 자전거를 타면 하남 초입까지 갔다 올 수 있어. 내 건강? 뭐라고 해야 할까. 근근이 버티는 거지. 노인네 삶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버티는 게 노인네 삶의 형태야.

= 선생님 입에서 직접 듣는 ‘노인네’란 표현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 우리 동양 사람들은 ‘늙음과 젊음’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지. 나도 예민해. 하지만 내가 노인이 됐구나 하는 건 혼자 느끼는거지. 누군가 날 보고 ‘노인’이라고 하면 듣기 좋진 않아. 노인임에 틀림없는데도 말이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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